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천갈래 만갈래

황금횃대 2006. 1. 19. 16:00

흔히 하는 말로 시부모님하고 같이 사는 일은 <먹는 밥상에 숟가락 두 개 더 얹으면 되는 일>이라고 쉽게 이야기한다. 큰 가닥으로 잡아 이야기하면 그렇지. 맹 차려 먹는 밥상에 수저 두 벌 더 놓는 일에 다름아니다. 그러나 살아 보면 그게 아니다.

 

내 자랑이 아니라 고스방하고 살다봉깨 조선 천지 누구하고 살아도 무난히 맞춰 살지 싶다하는 자신감이 생길 정도로 나는 내 성격이 좋음을 대명천지에 내세우고 살았는데, 뜬금없이 한 번씩 어머님과 부딪힐 때는 그런 생각이 깡그리 없어진다. 단 한 사람에게도 이렇게 엄청난 괴리감이 있는데 무슨 좋은 성격!

 

지난 일요일 부산 갔다가 저녁 일곱시쯤 그것도 영동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오면 시간이 걸리지 싶어서 김천에 내려 택시를 타고 올라 왔는데,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서니 어머님이 마루에 누워계신다. 칠순 행사 끝나고 바로 왔는데도 늦었네요 하고 어머님한테 다녀왔어요 인사를 했는데 대답도 않으시고 쳐다보지도 않으신다. 흠..화가 나셨구나 싶어 옷을 갈아 입고 저녁을 차려드리니까 몇 숟갈 뜨다 마신다. 마음이 불편하다.

 

그러더니  내쳐 내한테는 말도 안 하시고 냉랭하다. 나도 눈치밥 먹은지 몇 년인가 대충 눈치채고 살얼음판 걷듯이 지내면서도 국면전환용으로 묻지 않아도 될 걸 굳이 어머님께 살갑게 여쭤보면 대답이 퉁명하기 그지없다. 어이고...나도 이럴 땐 머리에 김나고 열난다. 

 

불만이나 미흡한게 있으면 말씀을 하시면 될것 아닌가. 말씀은 안하시고 속으로 꽁하니 넣어 놓으시기만 한다. 여우하고는 살아도 곰하고는 못 산다는 말이 여편네한테만 해당되는게 아니구 같이 사는 식구에게 모두 해당이 된다.

 

저녁에 잘 때, 아침에 자리에 일어나서 꼬박 며칠을 명상 자세를 취한다. 화, 그놈의 화에서 자유롭자고 이를 악물고 다짐을 한다. 사람 사는 일이 그렇다. 상순아. 좀 참자...쪼매만 더 참자. 수십년 공덕도 한번의 화에 무너진다고 하지 않는가...참아야 하는 갖가지 이유를 내게 갖다대며 마음을 다독이는데.. 자판 두둘기는데 눈물이 화악 솟구친다.. 에이씨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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