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이 천왕동이와 그의 누이 운총과 같이 합심하여 표범 한 마리를
단칼에 때려잡다. 그 부분을 읽는데 전화가 울린다
그는 이미 혀가 꼬였다 어디서 한 잔 한 모양이다
술고픈 내가 비스듬히 누워 임꺽정 2권 마지막 부분을 읽다가 벌떡
일어난다.
'하이고 00씨 오랜만이네요'
가뿐하게 표범사냥을 끝낸 임꺽정의 호흡처럼 나는 밝은 음색으로
그를 맞이한다.
'우짠 일이시데요? 뭐 기분 좋은 일 있었어요? 맛있는 술을 드셧넹'
그의 목소리는 한껏 젖어있다. 나는 거기 휘말리기 싫어서 부러 밝아진다
자꾸자꾸 밝아진다. 그런데 건너 오는 그의 목소리는 자꾸 꼬인다
-누님, 포도 농사 이제 어찌 지으실테야요
-그냥 올해 지어봐야 FTA가 얼마나 우리에게 치명적일지 알지요. 아직
올해는 포도 출하를 하지 않았으니 굶을지 그때 가봐야 알지 지금은 몰래요
그는 울먹인다. 이 아픈세상.
-무슨 일이 있었어요? 에그..가심아픈 일이 있었나봐요.'
나는 자꾸 밝아진다 옆에 있는 아들놈에게 스탠드불까지 켜라고 수화기를
막고 낮게 소리지른다
-너무 가심 아퍼 하지 마세요. 옛날 이보다 더 기막힌 시절도 살았더랬는데
젼디보면 또 젼디질것이여
-예....예....예...그래야지요 그래도 가심은 아프고 어데 전화 할데는 없구
그래서 늦었지만 전화를 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전화걸지요
그의 말꼬리가 느려지며 사라진다.
이 촌여편네야 뭘 아는가. 그저 땅 파고 나무순 손질하고 똥인지 거름인지 손에
잡히는데로 부삽으로 퍼주고, 비 오면 비료 푸대 끌러 비료 갖다 엥기고, 찬바람
불면 거두고 무심으로 농사를 짓재
나라에서 뭔 짓거리를 하기에 쌔빠지게 고상해도 제 몫을 못 찾는지 알아볼 겨를도
없재를. 그저 눈에 비는 것부터 해치워야항께로
그려, 시퍼런 청춘의 날들때부터 싸워온 투쟁의 길인데 그 길이 농샛군의 길보다
훨 편안하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으랴. 암흑의 세월을 지내고 꽃같은 아이를
낳아 기르면 그 누구라도 작은 그 울타리를 안온하게 지키고 싶어하지 않겠는가
글을 못쓰니 속이 답답하겠지. 박꽃같은 아내가 싫어한다면 잠시 접어두게나.
얼마나 아내도 힘들었으면 영혼의 출구까지 통제하려 하겠는가.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나는..고만 눈을 감고 만다
사는기 왜이래 개떡같냐고.
취한 몸 엎어진 김에 푸욱 한숨 자그라. 이래뵈도 우린 어려울 때는 더욱 낮은
걸음을 걸을 줄 안단다.
걱정마......
상순
단칼에 때려잡다. 그 부분을 읽는데 전화가 울린다
그는 이미 혀가 꼬였다 어디서 한 잔 한 모양이다
술고픈 내가 비스듬히 누워 임꺽정 2권 마지막 부분을 읽다가 벌떡
일어난다.
'하이고 00씨 오랜만이네요'
가뿐하게 표범사냥을 끝낸 임꺽정의 호흡처럼 나는 밝은 음색으로
그를 맞이한다.
'우짠 일이시데요? 뭐 기분 좋은 일 있었어요? 맛있는 술을 드셧넹'
그의 목소리는 한껏 젖어있다. 나는 거기 휘말리기 싫어서 부러 밝아진다
자꾸자꾸 밝아진다. 그런데 건너 오는 그의 목소리는 자꾸 꼬인다
-누님, 포도 농사 이제 어찌 지으실테야요
-그냥 올해 지어봐야 FTA가 얼마나 우리에게 치명적일지 알지요. 아직
올해는 포도 출하를 하지 않았으니 굶을지 그때 가봐야 알지 지금은 몰래요
그는 울먹인다. 이 아픈세상.
-무슨 일이 있었어요? 에그..가심아픈 일이 있었나봐요.'
나는 자꾸 밝아진다 옆에 있는 아들놈에게 스탠드불까지 켜라고 수화기를
막고 낮게 소리지른다
-너무 가심 아퍼 하지 마세요. 옛날 이보다 더 기막힌 시절도 살았더랬는데
젼디보면 또 젼디질것이여
-예....예....예...그래야지요 그래도 가심은 아프고 어데 전화 할데는 없구
그래서 늦었지만 전화를 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전화걸지요
그의 말꼬리가 느려지며 사라진다.
이 촌여편네야 뭘 아는가. 그저 땅 파고 나무순 손질하고 똥인지 거름인지 손에
잡히는데로 부삽으로 퍼주고, 비 오면 비료 푸대 끌러 비료 갖다 엥기고, 찬바람
불면 거두고 무심으로 농사를 짓재
나라에서 뭔 짓거리를 하기에 쌔빠지게 고상해도 제 몫을 못 찾는지 알아볼 겨를도
없재를. 그저 눈에 비는 것부터 해치워야항께로
그려, 시퍼런 청춘의 날들때부터 싸워온 투쟁의 길인데 그 길이 농샛군의 길보다
훨 편안하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으랴. 암흑의 세월을 지내고 꽃같은 아이를
낳아 기르면 그 누구라도 작은 그 울타리를 안온하게 지키고 싶어하지 않겠는가
글을 못쓰니 속이 답답하겠지. 박꽃같은 아내가 싫어한다면 잠시 접어두게나.
얼마나 아내도 힘들었으면 영혼의 출구까지 통제하려 하겠는가.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나는..고만 눈을 감고 만다
사는기 왜이래 개떡같냐고.
취한 몸 엎어진 김에 푸욱 한숨 자그라. 이래뵈도 우린 어려울 때는 더욱 낮은
걸음을 걸을 줄 안단다.
걱정마......
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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