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동맹 상순이

강을 건너는게 아니였어.......

황금횃대 2004. 4. 12. 17:21

제목을 저리 지어 놓음은

배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함인데

저 빌어먹을 제목은

입을 다물게 한다



섬진강은 작년 봄과는 달리

걍파르게 말라 있다

크게 꽂아 놓은 간판만이

그녀가 국가하천임을 나타내고



국가 하천이라면

뭔가 범국가적인 냄새가 나야하는거 아닌가

먼 동네에서 날려 온 비닐 봉다리가

마른대궁에 검은꽃으로 달랑 하나 피었다

바람이 들어 불룩하니, 저것 보아

저것도 허파로 숨을 쉬나봐

꽃도 포유류처럼 허파로 한숨을 쉰다지

어휴~ 이러면서

그래, 섬진강을 건너면서까지 그녀를 만나는 것이 아니였어

외려 놀란 내 심장이 새가슴처럼 팔딱팔딱





밤새도록 설익은 꿈을 꾸다

한 입 베어 물면 핏물이 피지직

어여, 아가씨요 매매 좀 익혀주소

우린 미디움인지 뭔지 이런거 입맛에 안 맞아요

바싹, 바싹, 익혀주소

기름기 쪼옥 빠져 탄내가 실실 나는

매시랍게 익은 꿈





그들은 빨래 뭉치를 이고 떠났다

밀사의 연락처럼 은밀히 어깨끈을 엮어서

비둘기 똥을 광장에다 남기고

썰물로 떠났다

문득

그들을 향했던 외로운 내 편지들이

부질없어 허망한.





그런 저녁, 혹은

그런 밤.





 

우울모드 상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