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저리 지어 놓음은
배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함인데
저 빌어먹을 제목은
입을 다물게 한다
섬진강은 작년 봄과는 달리
걍파르게 말라 있다
크게 꽂아 놓은 간판만이
그녀가 국가하천임을 나타내고
국가 하천이라면
뭔가 범국가적인 냄새가 나야하는거 아닌가
먼 동네에서 날려 온 비닐 봉다리가
마른대궁에 검은꽃으로 달랑 하나 피었다
바람이 들어 불룩하니, 저것 보아
저것도 허파로 숨을 쉬나봐
꽃도 포유류처럼 허파로 한숨을 쉰다지
어휴~ 이러면서
그래, 섬진강을 건너면서까지 그녀를 만나는 것이 아니였어
외려 놀란 내 심장이 새가슴처럼 팔딱팔딱
밤새도록 설익은 꿈을 꾸다
한 입 베어 물면 핏물이 피지직
어여, 아가씨요 매매 좀 익혀주소
우린 미디움인지 뭔지 이런거 입맛에 안 맞아요
바싹, 바싹, 익혀주소
기름기 쪼옥 빠져 탄내가 실실 나는
매시랍게 익은 꿈
그들은 빨래 뭉치를 이고 떠났다
밀사의 연락처럼 은밀히 어깨끈을 엮어서
비둘기 똥을 광장에다 남기고
썰물로 떠났다
문득
그들을 향했던 외로운 내 편지들이
부질없어 허망한.
그런 저녁, 혹은
그런 밤.
우울모드 상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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