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간에서 매곡까지의 거리는 6킬러미터 그러니까 딱 십오리길
매곡 물망초 식당은 오촌아저씨댁이다
오늘 밤, 눈 온 밤길을 밟아 아들과 에비는 제사를 지내러 갈 것이고
나는 제수 음식을 장만하러 아침길을 떠났다
생리 내도록 서방놈은 뭔 몸이 그리 달았는지
어젯밤 서둘러 입질을 시작하고 몰입을 유도한다
'이상해 나는, 하면 할 수록 더 힘나고 더 하고 싶거등'
'피식~ 쌩 까지마'
해마다 십오리길은 버스로 갔었는데
어젯밤 회포를 푼것이 아침까지 약발이 갈 줄이야
발판까지 싸악 털어 낸 차를 대어놓고 어서타라고 한다
모퉁이를 돌면 또 다시 모퉁이가 나오고
모퉁이와 모퉁이는 모퉁이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한 듯이
서로서로 손을 잡고 간 밤의 눈을 뒤집어 쓰고 있다
고속도로가 가로지른 벌판에는 앙상한 포도나무들이 얼크러졌고
소복소복 눈들이 쌓여 풍경은 그야말로 짱이다
아지매는 벌써 부침개를 다 구워 놓으셨고
김치전 한 양푼이 숙달된 솜씨로 내가 한 채반을 구워 놓으니 일은 끝나다
반질반질 눈들이 얼어 붙은 길로 나서 버스 시간을 보니
한참을 기다려야한다. 걷기로 한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보았다 따뜻하다
이정도의 준비면 걸어갈 수 있겠어 마침 바람도 불지 않으니
검은색 스웨터 속에 남방 하나 입었으니 그 시절 그와 다를 바가 없겠지
어젯밤
태백산맥 8권을 읽기 시작하다
이학송과 해방일보 사람들이 만주벌판으로 가는 풍경이다
만주의 눈보라와 내 등때기에 부는 바람은 빛깔이 틀리겠지 아무 방한 장비도 없이 걷는 길
주머니의 손도 꺼내서 등에 비추는 햇빛에 내어놓는다.
십오리길...은 멀기도 하지
벌판에서 가라앉은 눈들이 바람에 부스스 일어나 바람을 타고 내게로 달려온다
먼 산 아래 양지쪽에는 여전히 무덤들이 하얗게 빛나고 있고
길가에 붙은 산에서는 활엽수의 벗은 몸들이 꽁꽁 입을 다물고 바람을 견디고 있다
눈가루들이 날아와 얼굴에 달라 붙는다
이건 달라 붙는게 아니지 따끔따끔 얼굴을 때린다
몸이 얼어붙었을 그들을 생각한다
그래도 나는 도착하기만 하면 따뜻한 방이나 있지
여러가지 생각의 조각들이 이리저리 난사하는 햇빛에 튀고, 튀고
볼때기가 얼어서 얼얼하다. 여름날 하드 한 입가득 넣어서 뽀사먹으면
갑자기 볼때기가 살이 찐 느낌.
한 시간을 걸어 집에 도착하니 따뜻한 집안 기운에 고만 핑그르르 머리가 어지럽다
벼랑의 시절, 모진 겨울, 배 곯으며 백리 길을 걷는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알 수 없는 일.
*아랫목에 배까지 훌렁 벗어 갖다 대 놓고 언 몸을 녹이면서, 나는 왜 이 나이에 이런 걸 흉내 내 보고 싶어하는 지...끌끌.
상순
매곡 물망초 식당은 오촌아저씨댁이다
오늘 밤, 눈 온 밤길을 밟아 아들과 에비는 제사를 지내러 갈 것이고
나는 제수 음식을 장만하러 아침길을 떠났다
생리 내도록 서방놈은 뭔 몸이 그리 달았는지
어젯밤 서둘러 입질을 시작하고 몰입을 유도한다
'이상해 나는, 하면 할 수록 더 힘나고 더 하고 싶거등'
'피식~ 쌩 까지마'
해마다 십오리길은 버스로 갔었는데
어젯밤 회포를 푼것이 아침까지 약발이 갈 줄이야
발판까지 싸악 털어 낸 차를 대어놓고 어서타라고 한다
모퉁이를 돌면 또 다시 모퉁이가 나오고
모퉁이와 모퉁이는 모퉁이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한 듯이
서로서로 손을 잡고 간 밤의 눈을 뒤집어 쓰고 있다
고속도로가 가로지른 벌판에는 앙상한 포도나무들이 얼크러졌고
소복소복 눈들이 쌓여 풍경은 그야말로 짱이다
아지매는 벌써 부침개를 다 구워 놓으셨고
김치전 한 양푼이 숙달된 솜씨로 내가 한 채반을 구워 놓으니 일은 끝나다
반질반질 눈들이 얼어 붙은 길로 나서 버스 시간을 보니
한참을 기다려야한다. 걷기로 한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보았다 따뜻하다
이정도의 준비면 걸어갈 수 있겠어 마침 바람도 불지 않으니
검은색 스웨터 속에 남방 하나 입었으니 그 시절 그와 다를 바가 없겠지
어젯밤
태백산맥 8권을 읽기 시작하다
이학송과 해방일보 사람들이 만주벌판으로 가는 풍경이다
만주의 눈보라와 내 등때기에 부는 바람은 빛깔이 틀리겠지 아무 방한 장비도 없이 걷는 길
주머니의 손도 꺼내서 등에 비추는 햇빛에 내어놓는다.
십오리길...은 멀기도 하지
벌판에서 가라앉은 눈들이 바람에 부스스 일어나 바람을 타고 내게로 달려온다
먼 산 아래 양지쪽에는 여전히 무덤들이 하얗게 빛나고 있고
길가에 붙은 산에서는 활엽수의 벗은 몸들이 꽁꽁 입을 다물고 바람을 견디고 있다
눈가루들이 날아와 얼굴에 달라 붙는다
이건 달라 붙는게 아니지 따끔따끔 얼굴을 때린다
몸이 얼어붙었을 그들을 생각한다
그래도 나는 도착하기만 하면 따뜻한 방이나 있지
여러가지 생각의 조각들이 이리저리 난사하는 햇빛에 튀고, 튀고
볼때기가 얼어서 얼얼하다. 여름날 하드 한 입가득 넣어서 뽀사먹으면
갑자기 볼때기가 살이 찐 느낌.
한 시간을 걸어 집에 도착하니 따뜻한 집안 기운에 고만 핑그르르 머리가 어지럽다
벼랑의 시절, 모진 겨울, 배 곯으며 백리 길을 걷는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알 수 없는 일.
*아랫목에 배까지 훌렁 벗어 갖다 대 놓고 언 몸을 녹이면서, 나는 왜 이 나이에 이런 걸 흉내 내 보고 싶어하는 지...끌끌.
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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