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도 안 먹는 고스방

고스방은 뽑기王

황금횃대 2004. 4. 12. 18:22
요즘 길거리에 보면 동전을 넣고 정해진 시간안에 통에 들은 인형이나
라이타, 혹은 레이저광선이 나오는 장난감, 또는 잡다구레한 용품이 들어있는 뽑기통을 많이 볼 수있다
황간 버스 정류소에도 이런 뽑기통이 두 개나 놓여져 있는데
시외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또는 버스기사들이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는, 온갖 허접한 물건 사이에 유독 있어 보이는 라이터나, 금칠한 바구니 속에있는 곰인형..이런 것들을 뽑으려고 눙깔에 불을 켜고 달라든다

우리의 남편, 뽑기왕 고스방!
제작년인가부터 주차장에서 뽑기 놀이를 하더니 이제 고도의 기술을 발휘하는 뽑기왕이 되었다
하루는 불빛이 번쩍번쩍나는 라이터를 뽑아 가지고 왔는데 앞에 그림이 얼마나 민망하던지..

그 그림이란게 딴게 아니고 브라자에 팬티만 입은 여인의 사진이 들었는데 라이터를 켤로고 딸깍딸깍 스위치를 누르면 여자의 브라자가 홀딱 밑으로 내려가서 젖가슴이 다보이는 그런 경천할 모양이 들어 있는 라이터였다.
그걸 가지고와서 재미있다면서 아이들 있는데 쭈욱 돌아앉아서 한번씩 눌러 보기까지 하고 있으니.

그림이래야 인터넷 영상에 허구헌날 뜨고 돌아댕기는 것이나 라이터 속에 들어 앉아 불을 켤 때마다 벗어재끼니...사람의 호기심이란게 참 우습기도 하다. 그걸 뭐 그리 볼라고 눙깔을 갖다 대고 그러니...

라이터 잘 뽑는다는 소문이 돌아서 몇번은 자기들이 도전해 보고 안되면 고스방한테 부탁을 하는 모양이다.
그것참, 아무리 뽑기왕이라고는 하나 매번 라이터나 좋은 물건을 뽑아 올릴 수는 없는 노릇.

그러다 보면 피같이 번돈 만원정도를 거기다 홀딱 쏟아 붓는 수도 생긴단다.
그렇게 해서 어떤날은 라이터를 세개씩이나 뽑아 오기도 했는데, 어제는 금색 도금을 화려하게 입힌 바구니에 들은 인형 두개를 뽑아 왔다
우선 반짝이는 모양에 어머님과 아이들의 눈은 금방 반작반짝하고 각자의 방에다 하나씩 얹어 놓았다.

예전에 복권신봉자라는 글로 고스방을 소개하기도 했거니와 이렇게 고스방은 뽑기 놀이나 복권 같은것을 좋아한다
마땅히 다른 취미는 없고 늦게 집에 들어와 티비보는 것이 생의 유일한 취미 이고 보면, 그렇게 잔돈푼으로 걸어올리는 스릴 넘치는 뽑기 놀이에 열중 광분하는 상황이 이해도 되지만, 제작년에 뽑아다 놓은 중국산 봉제인형들이 귤박스에 두박스나 담겨 있어 먼지가 뽀얀데 또 저런것을 뽑아오니 내심 부아가 치미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라이타를 뽑아와 세개를 건네주며, 하나는 장인어른 드리고 하나는 큰 동생 갖다주라면서 포장곽째 고스란히 내미는 것을 보면, 마흔여섯 오팔년 개띠가 순정하나는 끝내주는구만..하는 마음이다.

이렇듯 고서방은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작은 봉제완구 뽑아서 선물하는 재미로 생의 심심한 구석을 메워가고 있는데, 칠랄레팔랄레 기분이나 쓰면서 제 분수에 합당하지 않는 소비를 해쌓는 사람이 가여울 때도 있다.
이런 면들이 내가 승질 더러븐 고서방을 마음 속으로는 깊이 존경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오늘은 고스방,
아들놈이 가지고 싶어하는 레이저광선총을 뽑아 오기로 마음먹고 나갔는데, (아들놈이 건네준 오백원짜리 동전 세개 가지고) 머리 속에는 온갖 골치 아픈 상황이 뒤얽혀 있을지라도 거기 로봇팔에 기를 불어 넣어 레이저광선을 반드시 뽑아 올 것으로 믿는다.

아들놈이 준 동전 세개보다 훨 더들지라도 몰입하여 스틱을 조정하는 고서방 팔뚝에 복 있으라...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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