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도 안 먹는 고스방

소통의 미학

황금횃대 2004. 4. 12. 17:43


날은 춥고 삭풍은 느릅나무 가지 끝에서 아픈 울음을 내놓는다
그러나 나무의 잎눈은 더욱 제 앞섶을 야물게 여미어 봄날의
환희를 노래하리라.

성탄이 가까와 와도, 전기세 많이 나온다고 츄리에 코드를 뽑아버리는
고서방의 뒤통수를 흘겨보며 시작하는 아침
그래도 어디서 본 것은 있어가꼬, 어제밤에는 우리집 츄리에 불은 왜
단색뿐이냐고 싸인펜으로 작은 전구에 색칠을 하더만.

그렇게나 눈만 마주치면 잔소리하고 지청구를 쏟아놓던 고스방이
이즈음 딸년과 많이 사이가 좋아졌다
그 이유란게 딴게 아니다.
공부를 해야할 이유를 찾지 못해 늘 탱자탱자 하던 딸년이
지난 1학기 기말고사 수학을 32점 맞구는 눈이 디집어�다
나로 위시하여 고스방의 참담한 표정을 온 몸으로 받아낸 장한 딸년
이학기 되더니 공부를 좀 열심히 하는 것이다
끊었던 학원도 지가 다니겟다고 신청을 하고
비록 시험 기간동안이나마 열심히 준비를 하니
새대가리인 나와 스방은 얼마나 기특헐것이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늦게 오면, 초밥이네 김밥이네 따끈한 유자차네
저 마칠 시간 다 되어 새밥을 해서 따끈하게 만들어서 도서관까지
걸어서 마중을 나가면, 밤 하늘 별은 우찌 그리 초롱초롱 맑고
새로 만든 금상교 다리를 가로 지르며 부는 바람은 어찌 그리
시리고 씨원한지.

만들어간 초밥을 먹으면서 막차 손님을 태워 주고 도서관으로 우릴
태우러 오는 고스방의 얼굴에는 몽고주름 눈가에 웃음이 조롱조롱 맺히었다
그려,
공부를 잘하고 등수를 높이고 평균점을 상승시키면 좋겠지
그러나 그거 말고,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로
어깨 겯고 살아 가는 것이 더 좋은 일이재
관계가 회복되고, 소통의 길이 훤하게 뚫려서
내가 너를 아릿아릿 어여쁘게 생각하고
니가 나를 상침상침 이쁜 발걸음으로 바라본다면
그 보다 더 천국인 세상이 어딧노.


오늘 나는 도를 통했으니 내일 목욕탕에 가도 괜찮다는 언저리 뉴우스도 같이 전하면서 홍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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