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도 안 먹는 고스방

부부? 그것 참 웃기는....

황금횃대 2004. 4. 12. 17:35
어젯밤 글을 좀 쓴다고 12시가 좀 넘어서까지 이넘의 모니터에
눈을 박고 있었다
대장금 다보고, 미처 못 본 부분까지 녹화 해 놓은 것 되감기해서
보고, 마감 뉴스까지 다 봤는데 밖으로 나오지 않고 매달린
여편네를 보고는 고스방 열 받았다

"저누무 컴퓨터를 내가 언젠가는 때기나발을 칠겨!"
앗!
벌써 눈자위에 흰창이 1/2을 넘게 점령한 고스방이 내가 앉은 아이들
방문을 홰액 열어제치며 일갈을 내뿜는다

"알았어요...그만 할게요"
무조건 수그리하고 컴을 끄고는 밖으로 나간다.
이불을 깔고 씻고 하면서 로션을 얼굴에 대략 바르고 있으니
화장실을 갔다와서 방으로 들어오며 하는 말이


"너 도대체 하루에 몇시간을 거기에 매달려있는거야?"
"요새는 별루 안 하구만. 아이들이 잇어서..."
"거짓말 하지마, 내가 밥 먹으러 들어올 때마다 거기 앉았더만"
여튼 디러운 인상을 더욱 팍팍 구기가면서 잘밤에 윽박을 지른다

나는 고만 등을 돌리고 외로 앉는다.
고스방 뭔가 더 욕을 하더니 혼자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그래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어둠 속에 등을 돌리고 앉아 있어보라
밑자리야 뜨뜻할지 몰라도 촌집 외풍은 장난이 아니다
어깨가 선득선득한게, 등때기가 시릿시릿한게....쩝

그래도 오기 부린 것이 있어놔서 입을 앙 다물고 앉아 있으니
부지럭 거리던 고스방
"뭐하노, 꺼대 자지"
"알았어요ㅡ,.ㅡ;;"
"여편네가 똥고집은 있어각고...흐이고, 내가 니한테 해로우라고 그런말 하긋나. 한번 말을 했으면 들어처먹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씨불렁씨불렁..."
할 수없이 요대기 위에 몸을 눕힌다
여전히 등을 돌려 이불도 덮지 않고 있다
치마잠옷 밖으로 드러난 종아리며 발가락이 시리다. 이를 옹실 물고 참는다

또 자는척 하던 고서방 조금 부시럭거리더니,
"이불 안 덮나? 감기 걸려서 맨날 빌빌 거리는게 궁시렁..."
이불을 조금 끌어 덮었는데 아뿔사 궁뎅이부분만 덮고 발쪽으로는 덜 덮었다
자는척 하고 있는데 마른침을 와그래 꼴깍꼴깍 넘어가는지.
그 침 넘어가는 소리가 거슬렸던지 고스방 또 꼼지락 거리더니 일어나 이불을 다
덮어 준다
그라고는 허는 말

"흐이고...이 철없는 여편네야. 잘못했으만 고만 달라 붙어 자면 되지 뭔 골부리를
한다고 이불도 안 덮고 팽 돌아져서 자노"

내 다리에 자기 다리를 얹더니,
"다리도 썰렁하게 해 가지고는..."

아, 이쯤해서 고만 풀어야한다. 몸만 푸는 것이 아니고 마음도 풀어야한다

팔베개 베고 스방 배에 손 집어 넣으니 따뜻하다. 팔도 따뜻해지고 (으이고 살것 긋다)

이번 토요일부터 계획된 여행을 무난하게 떠날라믄, 속없는 척 이쯤에서 퍼억
엎어져야 한다.



만삭이 된 달이 나 대신 마당에다 투닥투닥 달빛을 던져가며 싸움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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