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도 안 먹는 고스방

내가 있는 풍경

황금횃대 2004. 4. 12. 16:53
컴이 있는 아들놈 방 책상 우에는 열시 반점을 지난 햇살이 낭창낭창 떨어진다
말리화茶를 한 잔 우려 놓고 택배 상자를 받다.
얼마전 고스방이 스킨이 떨어졌는데 여인닷컴으로 몇가지 추가해서 주문해 놓았다
이틀 전에,
스방이 얼마나 띨띨한가하면, 화장대 위에 놓인 몇 안되는 화장품중에 하필이면
매니큐어 리무버를 스킨이라고 발랐단다. 그러면서 부엌에 오더니 이거 꼭 휘발유같애..한다. 기겁을 하고 보니 리무버다. 좀 읽어 보고 바르지
레몬향..어쩌구 쓰였길레 이걸 발라도 되나 싶어서..

허기사 이런건 여편네 불찰이다.

택배 박스를 뜯으니 주문한 화장품이 공기방울 포장지에 쌓여있다. 우리 이거 무지 좋아한다. 화장품은 뜯어서 살펴 보지도 않고 앉아서 방울을 조물락거려 터트리기
바쁘다.
옛날 포도밭에서 일하다가 굴러 다니는 일간스포츠를 본 적이 있는데, 거기 <아색기가>를 연재하는 양창순씨 만화를 봤다.
내용인 즉, 교도소에서 죄수들이 반란을 일으켜 출구 쪽으로 탈출을 하는데, 교도소 측에서 비상책이라고 쓴 것이 뭐냐면 마지막 두번째 컷이다.
죄수들이 탈출하는 복도의 천정에서 이 에어시트가 조각조각 삐라처럼 뿌려지는 그림이다. 마지막 컷는 죄수들이 탈출하려는 생각도 잊어 버리고 그 에어시트 조각을 조워서 손으로 조물락 거리며 서로 많이 그걸 터트릴려고 하는 그림이였다

만화 한 컷이지만 그걸 보고 잠시 충격이였다
사람들은 살면서 진짜 중요한 사실은 내어 주고 산다. 저 절대절명의 탈출의 순간에도 에어시트 공기방울같은 부차적 조건에 목을 매고 본질을 잊고 산다. 나도 뭐 그렇지만.

나는 지금 타자를 치면서도 공기방울을 바라보고 있다 책상 위에 떨어지는 햇살을 맘껏 반사 하며 그것들은 날 터트려주십쇼 하고 널부러져 있다.
저 유혹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은, 식어가는 말리화차를 마시거나, 삐익삐익 신호음을 내며 탈수를 끝낸 빨래를 널러 가거나...그래야하는데 에이씨...또 공기방울을 터트리는 유혹을 떨칠 수가 없을거 같아....빨리 터트려야지 팡,팡, ㅎㅎㅎ







웃기는 땅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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