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전에 우리 마산리 씨름선수 대표로 나간 이야기 아시지요?
오늘 면민체육대회를 하는데 또 씨름선수하게 됐시요
나이 마흔 넘으면 이런거 면제되는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는 <그 중에 젊은년>이 되어서
할 수 없이 또 씨름선수를 하게 될것 같아요
오늘 황간중학교 운동장은 만국기가 펄럭이고
트랙을 따라 하얀 선들이 도드라진 흰빛으로 눈 안에 무심히 밟히겠지요
운동장 가장자리를 따라 동네에서 쳐 놓은 광목 천막들이
뭉개뭉개 피어오르는 국솥의 무진장 김들을 끌어 안고
종일 동네 사람들의 그늘이 되줄겁니다.
씨름판 모래장에는
해변 송림숲처럼 사람들이 빽 둘러쳐저서
선수들과 함께 장딴지에 힘을 넣고
가뿐 호흡을 하는 배를 보고는
더불어 한 호흡, 한 호흡 같은 숨고르기를 하겠지요
낡은 자전거를 몰고 오는 촌로의 그을은 얼굴에도
고랑고랑 자잘한 웃음이 넘칠거구요
발라당 홀라당 까지기 시작한 중딩 고딩의 옷자락에서
사심없는 밝은 웃음을 보게 될 겁니다
군수는 오늘 이런 자리를 여덟군데나 돌아댕기야 한다니
불알에 요령소리 나게 생겼구요
내 친구 신랑인 비서관도 덩달아
중간 추가 종일 달랑거리게 됐습니다
속 심정이야 괴롭고 에혀 한숨나오는 꼴이라도
겉으로 오늘은 모두 즐겁습니다
맑게 퐁퐁 소리를 내며 채워지는 소줏잔이 그러하고
김치에 싸서 먹는 돼지고기 머릿고기의 고들고들함도 그러하고
개의치 않고 따서 먹는 사이다의 부풀어 오르는 거품도 그러할 것입니다
입장식 때부터 점수가 매겨진다니
순진한 촌놈들은 아침부터 바쁩니다
설거지를 끝내고
강아지 밥도 얼른 한 주걱 퍼주고는
자동차에 화덕이며 가마솥이며 땔감이며 싣고 학교로 가기 위해
마을회관앞은 벌써 왁짜합니다
매미가 뼘가웃씩 높아져가는 하늘 아래 마지막 목청을 돋우고
바라빛깔이 이제 가을의 들창문을 통과하여 온 듯하니
끈끈하고 후덥지근한 괴로움은 벗었겠습니다
자...그 옛날 일등의 영광은 다시 맛 보지 못하더라도
사람많은데서 나가 떨어지지 않는 힘을 내게 보태주시길
아자!
전상순
오늘 면민체육대회를 하는데 또 씨름선수하게 됐시요
나이 마흔 넘으면 이런거 면제되는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는 <그 중에 젊은년>이 되어서
할 수 없이 또 씨름선수를 하게 될것 같아요
오늘 황간중학교 운동장은 만국기가 펄럭이고
트랙을 따라 하얀 선들이 도드라진 흰빛으로 눈 안에 무심히 밟히겠지요
운동장 가장자리를 따라 동네에서 쳐 놓은 광목 천막들이
뭉개뭉개 피어오르는 국솥의 무진장 김들을 끌어 안고
종일 동네 사람들의 그늘이 되줄겁니다.
씨름판 모래장에는
해변 송림숲처럼 사람들이 빽 둘러쳐저서
선수들과 함께 장딴지에 힘을 넣고
가뿐 호흡을 하는 배를 보고는
더불어 한 호흡, 한 호흡 같은 숨고르기를 하겠지요
낡은 자전거를 몰고 오는 촌로의 그을은 얼굴에도
고랑고랑 자잘한 웃음이 넘칠거구요
발라당 홀라당 까지기 시작한 중딩 고딩의 옷자락에서
사심없는 밝은 웃음을 보게 될 겁니다
군수는 오늘 이런 자리를 여덟군데나 돌아댕기야 한다니
불알에 요령소리 나게 생겼구요
내 친구 신랑인 비서관도 덩달아
중간 추가 종일 달랑거리게 됐습니다
속 심정이야 괴롭고 에혀 한숨나오는 꼴이라도
겉으로 오늘은 모두 즐겁습니다
맑게 퐁퐁 소리를 내며 채워지는 소줏잔이 그러하고
김치에 싸서 먹는 돼지고기 머릿고기의 고들고들함도 그러하고
개의치 않고 따서 먹는 사이다의 부풀어 오르는 거품도 그러할 것입니다
입장식 때부터 점수가 매겨진다니
순진한 촌놈들은 아침부터 바쁩니다
설거지를 끝내고
강아지 밥도 얼른 한 주걱 퍼주고는
자동차에 화덕이며 가마솥이며 땔감이며 싣고 학교로 가기 위해
마을회관앞은 벌써 왁짜합니다
매미가 뼘가웃씩 높아져가는 하늘 아래 마지막 목청을 돋우고
바라빛깔이 이제 가을의 들창문을 통과하여 온 듯하니
끈끈하고 후덥지근한 괴로움은 벗었겠습니다
자...그 옛날 일등의 영광은 다시 맛 보지 못하더라도
사람많은데서 나가 떨어지지 않는 힘을 내게 보태주시길
아자!
전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