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들을 발견했을 때, 그들은 게릴라처럼 소리없이 세상을 점령했다
하늘,
뒤안의 터줏대감,
나의 애마 멧때지,
돌감나무가지와 뒷담, 골담초와 뽐뿌, 낡은 기왓장에
뱃통 둘레가 저희몸의 수만배가 되는 오짓독까지.
(잠깐, 보이시는가 시레기태운 냄비를 저렇게 반들반들 닦아놨는게...)
이미 작전이 끝난 지역을 들고양이가 사열하고 지나갔고
그의 발자욱을 지우며 게릴라는 계속 공수 중이다.
이렇게 눈내리는 날은 족발에 사태살이나 푹 무르게 삶아서 뜯어먹는거다.
이의있슴둥?
여기까지 써놓고 앉았는데 또 좀 아쉽재요
주끼기 좋아하는 예편네가 족발만 뜯어먹고 말일이 아니란게..이제 감이 좀 잡히시나요?
처음 이 동네(어디긴 황간이지를) 시집와서 겨울이 왔는데 눈이 참 많이 왔세요
츠자적에 살던 대구라는 동네는 눈 보기가 참말로 어려웠지라
눈이 많이 온 날도 그 눈이 하루 죙일 지속된 적이 잘 없었세요
그런데 여개 시집 오니까 사흘들어 눈이 와요
첨에는 어찌나 좋던지
우리집 삽작이 약간 언덕이라요. 거기서 비료푸대를 깔고 눈썰매를 탄다고 혼자 설쳐댔으니.
그런데 그렇게 놀다가 들어왔는데 아버님께서 대문간에 차도 못 올라오게 반들반들하게 맹글어놨다고 혼났세요.
그 때 고서방이 감 잡았다고. 여편네가 얼마나 철딱서니 없는 사람인지 딱 감을 잡았다고 하등만요. 집 식구들이 모두 운수업에 종사하면 눈 오는 걸 걱정을 해야할텐데 제 썰매 탈 일만 생각해서 눈이 많이 오라고 속으로 비는 여편네가 어디 제정신이냐고. 숱하 고스방한테 욕 얻어먹었세요. 그래도 나는 아직도 눈이 좋아요 많이 오면 많이 올 수록 좋아요
한 해 언제는 설명절 땐데 명절 다음 날 대구 큰집 식구들이 오후에 집으로 돌아갈려고 마음을 먹고 있는데 어머님이 아즈버님한테 옥천 이모님한테 함 가보자고 말씀 하시더만요. 그래서 아즈버님이 어머님 태우시고 옥천 가서 어머님 언니인 이모님을 뵙고 황간으로 다시 왔는데 그 때부터 눈이 실실 시작되는거라요. 아즈버님이 서둘러 대구로 내려가신다고 3시쯤 집을 출발했어요. 나도 아이들 어릴 때라 그 차에 같이 타고 친정간다고 승용차에 큰집 식구 다섯하고 울 아이들 둘에 나까지 총 여덟명이 나고 갔세요.
경부하행선을 타고가는데 추풍령까지 가니까 벌써 고속도로는 내리는 눈으로 인해서 슬슬 기고 주차장이 되어버렸어요. 아즈버님이 안되겠다고 추풍령에서 국도로 내렸는데 차가 자동기어가 되어가지고 실실 옆으로 자꾸 미끌려내려가요. 그래서 또 안되겠다며 김천까지 가서 다시 고속도로 올렸는데 어이구나...대단했세요 차들이.
밤새도록 고속도로에서 조금씩 차가 걸어갑니다.
구미 1km란 표지가 붙은 이정표에서 또 할 수없이 국도로 내려가려는데 꼬박 한 시간 반이 걸렸세요. 그렇게 밤을 꼴딱 세우고 대구에 도착하니까 아침 여덟시라. 서대구 인터체인지 빠져나가는데 눈이 밤새도록 얼마나 왔던지 산에 나무가 휘청휘청합니다.
그렇게 고생해서 대구에 도착했는데 고속도로에서는 참말로 가관이였어요
하도 차가 서 있으니까 배가 고프죠. 어머님이 음식 조금씩 싸 준걸 수시로 꺼내먹고, 울 아이들 어릴 때 사과 껍데기 안 깎으면 그거 못 먹는건줄 알았는데...ㅎㅎㅎ배가 고프니까 껍질째 썩썩 닦아서 먹어요. 소변이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 아이들 다 내려서 동그랗게 모여 서고 그 속에 앉아서 오줌 누고 그랬어요. 우리만 그런게 아니구 다른 사람들도 우산 꺼내서 펼쳐놓고 오줌누고 그랬지요. 나중에 고스방이 그 얘길 듣고는 백밀러로 보이면 다 보일텐데 그렇게 길에서 궁뎅이 까놓고 오줌을 눴느냐고 기겁을 해요.
그래서 지금도 관광버스타고 놀러 간다면 아주 몇번을 귀에 딱지가 않도록 얘기하지요
제발 휴게소 설 때마다 화장실 다녀와..ㅎㅎㅎ
분명히 쪼다방맹이는 한참 차 달리는데 급하다면서 차 문 열어놓고 혼자 비탈길 내려가서 오줌 눌 위인이라나? 아무리 아니라고 얘길해도 못 미더워하는 눈초리를 보냅니다.
오줌 이야기는 또 있는데 그건 다음에 이야기하구요
밤새도록 눈이 올 모양인데 걱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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