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 중 한 개가 아파서 제일파프 쿨을 잘라 손마디에 말아 놓았는데 포도순 자르면서 손이 올라간 자리를 눈이 따라가보면 마치 나뭇가지에 고치가 붙은거 같어
저 고치 안에는 월령 몇 살의 누에가 들어 앉아 어떨 때는 아픔의 실을 뽑아 내고 어떨 때는 이래 살믄 뭐하노 하는 한탄조 실을 뽑아내고
내 손가락은 누에가 뽑아내는 실로 자꾸 뚱뚱해진다.
얼굴 뿌여니, 묵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던데 손가락 마디 때깔이 이정도의 비단실 치장이면
바라만 봐도 눈부셔라 하얀 누에고치
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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