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봄날의 기운

황금횃대 2006. 4. 7. 12:49

 

어제 어머님이랑 뒤안에서 묵 한 솥을 끓였다

두부판에 보재기깔고 부어서 식히니 어지가히 한 솥이 다 들어간다


 

요가 갔다오니 어머님이 다시마장국을 끓이신다. 국수 드시게요? 하며 소매를 걷어부치니

"아니, 묵 채썰어 놓을팅게 느그 아부지하고 상민이에비오면 따끈하게 말아서 줘"

동네 회관에서 오늘은 국수 삶아 먹는다고 하니 어머님은 내게 무슨무슨 고명을 차례대로 얹으라고

살면서 몇 십번은 더 들은 이야기를 하시고 간다.

 

잘 되나 안 되나 내가 먼저 고명얹어 먹어 보고.

 


 

나는 야채 채써는건 어지가히 한 도를 통했다고 할만큼 써는데 이놈으 묵채는 여간 어렵지 않다

썰다보면 묵무데기가 무너져 굵기가 제대로 유지가 않된다. 그러니 아직도 채썰기의 도는 멀고도 멀다.


 

가슴팍이 묵그릇에 닿이는 줄도 모르고 국물 안 흘리고 먹을라고 바짝 다가선다.




묵이 입 안 가득 들었으니 뭐라 말도 못 건네재요

꿀떡, 삼키고서야

일루와서 이거나 한 그릇 자시고 기운차리시게. 하는거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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