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딸년 스타킹을 빤다
고딩이면 고딩답게 좀 두꺼운 스타킹을 신으면 될건데
꼭 일반 츠자들이 신는 얇은 고탄력스타킹을 신는다
그것도 밴드는 줄줄 내려온다고 팬티형만 고집한다
농협하나로마트에는 팬티스타킹 하나에 천오백이십원이다.
스타킹 시 컬레사면 사천원이 휙 날라간다
그렇게 비싼 스타킹을 신고 다니면 가스나가 좀 조심하면 좋잖아
하루를 겨우 버틸 때도 있고, 그나마 생명줄이 길어봐야 서너번이 최장이다.
며칠 전에는 종아리에 코가 나갔다고 벗어서 쓰레기통에 넣더니
어제는 속바지하고 일체형으로 휙 벗어 던져놓았는데 보니까
허벅지에 코가 나간게 아니고 빵구가 났다
꼬매서 내라도 신어 볼라고 바늘에 급한대로 노란실 끼워 스타킹에 손을 넣어 꼬매니
이놈의 스타킹이 내가 꼬매는 속도를 앞질러 고가 자꾸 나간다
"에잉"하며 쓰레기통에 나도 고만 갖다 던질래다
구멍 꼬맨기 아까와 빨아서 한 번 신고 버릴라고 조물조물 빨아서 널었다
꼬맨 스타킹도 널어 놓으니 봄바람에 나부낀다.
특별한 개성없는 나는 등신그치 빨래줄에 빨래가 나부끼는 풍경이 와 그리 존줄 모르겠다
며칠 전처럼 장꽝 시멘트 턱에 앉아 그걸 치어다보고 있다.
요새 애들이 물건 아껴 쓸 줄 모르는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스타킹에 대해 함부로 할 때는 정말 화가 난다.
내 고등학교 다닐 때는 감색 두터운 스타킹을 신었는데
기껏해야 두 켤레 아니면 세 개밖에 없었다
그 세켤레로 겨울 긴긴 세월을 나니 자연 발가락 꼬매는 부분이 날이면 날마다 늘어났다
탈수도 못해서 널어 놓으면 아침에 다 마르질 않아서 밥솥 뚜껑 위에 얹어서 말리다가
미끄러져 연탄불에 홀라당 눌어붙이기도 했다.
하루는 빨아 놓은 스타킹이 없어서 할 수 없이 어제 신었던 것을 또 신고갔다
그 시절은 대사분비가 워낙 활발하니 발에 땀도 많이 나서
양말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틀 씩이나 신고 갔으니
그냥그냥 학교에서 실내화신고 수업만 하고 왔으면 괘안았을건데
그 때 내가 알씨와이 있으면서 적십자단에서 일년에 한 번 응급처치 경연대회를 열었다
그거 연습을 한다고 수업마치고 연습을 하는데
그 때 연습을 할 때는 대학생 오빠들이 한 학교씩 맡아서 시범을 보여주고
실력 향상을 위해 도움을 주었다.
하루는 발에 압박붕대를 감는 연습을 할 때였는데
내 발이 환자발이 되었다
아뿔사. 그 날이사말로 스타킹을 이틀 째 신고 가는 날이라
발에다 붕대를 감는 대학생오빠의 인상이 팍 돌아간다.
어이구. 그 쪽팔림이란...
부끄러워 시뻘개진 얼굴을 외로꼬면서 속으로는 벼라별 생각을 다했드랬지
왜 울 엄마는 다른 집 엄마처럼 딸래미 스타킹을 안 빨아줬는지
그것보다 그까잇꺼 세수하면서 조물조물 빨아널면 힘든 일도 아니였는데
그걸 제대로 못해서 그 챙피를 만들고 살았었는지
오늘도 딸년의 스타킹을 빨면서
그 때 그 지지리도 부족하던 시절
푸른스타킹에 대한 슬픈 노래를 불러보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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