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하는 척

황금횃대 2006. 4. 4. 17:51

스방이 아침에 씨레가 뻘줌해져서 기분좋게 청국장 가루를 잘 저어 대령을 하면

여편네는 거기에 감동하는 척`이라도 해야한다.

감동 하는 척` 하는게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꼬.

먹는 것으로 받았으니 먹는 것으로 갚아주는게 젤 좋을 듯하다.

 

고스방이 국물 요리보다는 주로 볶고 지지고 되작하게 뭘 만드는 음식을 좋아하는지라

그런 것들 중에서도 단연 김밥을 억수로 좋아한다.

옛날 없던 시절, 소풍 갈 때도 김밥이라곤 언감생심 꿈도 못 꿨다는 고스방.

그 여린 시절을 생각한다면 고스방에게 김밥이란 어린 시절의 결핍을 단번에 보상받을 수 있는

훌륭한 음식이다. 나야말로 선견지명 예지력이 있는 사람 아닌가.

이틀 전에 마트에 갔을 때, 응근히 내가 김밥이 먹고 싶어서 재료를 사다놨겠다.

 

요가하고 집에오니 열한시가 조금 못 되었다

압력밥솥에 흰 쌀밥을 한 솥 고슬고슬하게 지어놓고는 밥이 식을 동안 바로 재료준비에 들어간다.

기실 김밥이란게 나가서 한 줄 사먹으면 그만인줄은 알지만, 우리처럼 식구 많은 집은 재료를 많이 준비해서 한참에 스무줄 정도 싸 놓으면 질리도록 먹는다.

 

단무지에 오뎅, 맛살을 아차 빠뜨렸네. 그래도 햄이 있으니 햄을 가늘게 썰고, 시금치 데치고, 고기 고추장 넣고 볶고, 당근 채쳐서 볶아놓고, 계란지단을 얌전하니 두툼하게 맹글어 길게 썰어놓는다. 이게 별다른 기교없이 만들기 좋다.

 

 

김발 놓고는 김을 얺어 밥을 날라르미 깔고는 깻잎 야들야들한 걸로 두세장 깔구는 각종 재료를 얹어 단단하게 만다. 이건 날총각도 할 수 있는 일이라. 먹고 싶은 사람은 참기름 듬뿍 넣고 깨소금 넣어서  밥 비벼 만들어 먹어 보시라 사먹는것 유가 아니다.

 

 

 

이건 젤 마지막에 싼 것인가 보다 김밥이 육실하게 굵다. ㅎㅎㅎ

고스방에게 썰어주니...너무나 행복하게 잘 먹어준다.

 

 

 

이 접시는 블로그 오시는 분들 드시라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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