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봄쑥은 몸에도 좋디야

황금횃대 2006. 4. 5. 14:37

 

<광주사는 박씨아자씨가 그 먼 동강까지 가서 동강할미꽃을 위험을 무릅쓰고 찍어왔세요>

 

 

 

저녁에 내가 얼마나 맛있는걸 만들어오나..기댈리봐요^^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지만, 요즘 봄에는 그런 말 안 쓴당께요

요새는 뭐라꼬 말을 하능가하면,

"비 온 뒤에 봄쑥 큰다" ㅎㅎㅎ이런 말, 들어는 보셨나요.

아잉..어제 요가 가서는 허리 후굴자세를 하는데 너무 무리했나봐요 아침에 일어날라는데

허리가 내 말을 안 들어요. 말 안듣기에 펑펑 몇 차례 두둘기 패고는 간신히 내 몸이지만

일으켜세우네요. 아구구구구..비둘기 울음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데 스방이라는 사람은

실실 웃으며 어젯밤 만병통치 침을 안 맞아서 그렇다고 쪼개네요. 그넘의 침은 허구헌날

만병통치래. 내가 눈꼬리를 흘기며 허리복대를 찾아서 둘러매니, 여편네 또 엄살떨구 있다고

안 거들어도 될 말을 보태고 앉았네요. 흥! 서방보다 먼저 변기 차지하기 위해 얼릉 문 밖으로

나옵니다. 고스방은 말이죠 일어나면 바로 화장실가야하는 특이체질..그렇게 변이 급한데

잠은 어떻게 자나몰러요. 일단 일어났다하면 바로 직행인데 오늘은 내가 선점합니다.

그러게 아픈 마누래 심기는 왜 건딜고 날리야.

 

어제 죙일 비가 오더니 아흐...햇님 빵긋 나오니까 온 천지가 그렇게 환하고 쨍허니 깨끗할

수가 없어요. 어제 오후에 잠깐 영동장에 갔어요. 그렇게 추질추질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좌판마다 생선이며 봄나물이 푸릇푸릇 장관입니다. 아름다운가게에 들러서 재활용 치마를

한 벌 샀어요. 칠천원이래는걸 깎아서 육천원에 샀어요. 층층히 왜 머라나 캉캉치마인데

천의 무늬가 완연 봄수채화 한 폭이래요. 솔직히 치마 잘 안 입거등요. 그냥 집에서는 나이롱

체육복 한 벌이면 끝나지 않겠어요? ㅎㅎ 잠옷도 됐다가 일복도 됐다가 외출복도 급하면

했다가, 요가하러 가면 일주일에 두 번은 본연의 운동복 역활을 하는.

 

스방이 아침에 저렇게 사뭇 마누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멘트를 하는 날, 그걸 구실삼아

하루종일 얼굴을 똥 씹은 인상을 하고 개길 수도 있지만, 거참 나는 그게 참 않되요. 세상의

봄볕과 봄바람이 내 겨드랑이를 간지래며 허파에 바람 든 년처럼 헤실헤실 웃으라하는데 그걸 깔아 뭉개고 종일 미간에 내 천자를 그리고 있을라해봐요 얼마나 고역인지.

기분은 쪼매 나쁘지만 까잇꺼 대애충 대가리 두어번 이리저리 흔들어서 털어버리고는

어제 산 캉캉치매를 입습니다. 아, 레이스나시티도 오천원주고 샀어요. 치마에 비하면 이건

천쪼가리 들었다고 말 할 수도 없는데 값은 오천원이나 합디다. 그거 입고 칠부 흰 가디건

입고는 브로치를 반짝이는 걸로 가슴 아랫께에 딱 꽂아요. 아이고 방이 훤합니다. 못난 고스방

이 보더니 눈이 뚱그래져요. 고스방, 당신이 아무리 나를 갈궈도 나는 끄덕 않는다니까 ㅎㅎㅎ

 

아침 청소하고 대충 치우고 빨래 널고는 저 봄볕이 유혹하는 마당으로 긴 치마를 살짝 들어올리며 공주처럼 계단을 내려갑니다. 비록 양 손에는 꺼먹비닐봉다리와 과도가 들려져 쑥을 뜯으로 가는 길이지만....

 

비님 오신 뒤 쑥들은 한껏 기지개를 켜고 통통하니 살이 쪘어요

치마를 얌전히 포개서 우두바 싸 쥐고는 하나하나 쑥무데기를 점령해갑니다. 점령군이 지나간 자리는 역쉬나 쑥대밭이 되는군요

차곡차곡 눌러 담아 뜯은 쑥을 집에 와서 다듬으니 손톱이 쑥물이 들어 새까매졌어요. 그래도 울

시엄니 햇쑥 생으로 갈아서 흰팥고물 얹어 폭 찐 쑥시루떡을 참 좋아하십니다. 내가 다른 떡을 해 먹을라고 애쓰는 법이 없는데 봄 되어 첫 쑥 올라오면 요걸 뜯어다 시루떡은 꼭 만들어 먹어요

지금 쌀 불리고 있으니 다섯시쯤 되서 방아간에 가 떡을 해 올겁니다.

 

촌여편네가 이리 맛난것만 먹고 사니 살이 안 찔 수가 있겠어요

쑥처럼 나도 통통하니 살이 찝니다.

봄쑥은 몸에도 좋데나 어쩐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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