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이면 아이들이 다섯살 혹은 네살 때이라
눈만 뜨면 밖으로 나가자고 졸라대는 애들 손을 잡고 삽작을 나서면
길가에는 지천으로 민들레가 피어 희거나 혹은 샛노란 꽃을 달고 웃었더랬다
민들레가 피었다가 하얀 홀씨 솜방망이로 변신하고, 바람에 홀씨들이 방실방실 날아가는
풍경에 오래오래 아이들과 손 잡고 서 있다보면 봄이 다 갔다.
어제 선관위에 가서 후보자 등록 서류 심사를 다 하고 도장 찍고 왔는데 또 항목 하나가 잘못
됐다고 계장이란 사람이 집으로 전화를 했다.
일 하는걸 그리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나는 뭣이든 쉽게 생각하는 버릇이 있는데
그걸로 인해 자꾸 걸리니 자신감이 없어진다.
아침에 잠자는 딸아이를 깨우면서
"엄마 일 하러 가기 싫어.."했더니
"무슨 소리를 하십니까 어머님, 돈을 벌어 오셔야죵"한다
아...생각키를
참말로 집에서 고스방 벌어다 주는 돈으로 편하게 먹고 살았다 싶은 생각이 든다.
눈 뜨면 시간이 흘러 가는대로 집이나 슬슬 치우고 먹을 것이나 장만하고, 그러다 잠 오면 만사 접어 두고 한귀퉁이에 오그리고 한숨 자도 누가 뭐랄 사람도 없고
그러나 대문 나서면서부터 막막하니 오늘은 무엇으로, 어떻게, 식구들 먹여살릴 돈을 벌까..이런 마음이 매일매일 든다면 그 얼마나 어깨에 힘이 들어가 사는게 고단하고 힘들 것인가.
내일이 아버님 생신이라 설거지하고 부엌에서 나오니 어머님 바로 부엌으로 들어오셔서 이런저런 준비를 하신다. 막내 동서오면 그 때해도 늦지 않을터인데...참 어머님도 어쩔 수 없는 습관이라. 나는 가방을 들고 사무실로 오는데
비 온 뒤끝이라 하늘은 쨍쨍허니 맑고 먼 산들은 일제히 푸른 아우성이다.
다툼없이 빽빽히 피어나는 이파리를 보면서, 오직 사람만이 비축해 놓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사는구나..
마음이 환해지고 싶어서 비록 내가 만든 햇님이지만 하나 더 내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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