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풍경

황금횃대 2004. 7. 20. 17:23
저 고샅길 접어들면
대대로 물려 받은 색깔로 봉숭아가 피어있고
꽃을 묻어 버린 작약 대궁이
휘영청 달빛만큼 제 몸을 뒤로 제껴서
무데기무데기 피어 있는 대문간을 지나면

포도박스,자두박스 널부러진 아랫채 들마루엔
몇 안되는 나락가마니 가라앉을대로 가라앉아
허연 포장 덮어쓰고 있네

비 오면 트레몰로 목젖으로
한껏 노래하는 양철지붕은
고속도로 주변정비사업으로
몇년전 생경한 붉은 빛의 치장을 하였으나
이젠 또 본래의 빛깔을 덥석 내어놓고

한 낮,
푸진 햇살 떨어지는 마당을
게으를대로 게으른 고양이새끼 날카로운 하품을
감잎사구에다 쏘아대고 날렵하니 가로지른다

이것저것 모아놓은 거름자리엔
제법 발걸음 질난 병아리가 동당거리며
작은 창자 채우느라 곁눈 둘 여가가 없고

느티나무 그늘엔 매미가 울며
잠 자던 풍산개가 우체부 오토바이 소리에
문득 깨어 밥값하는 시간

그런...나른한 풍경사이로
기차가 지나간다..

칙~푹
칙칙푹푹
칙칙푹푹칙칙푹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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