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봄밤과 토라짐

황금횃대 2004. 7. 25. 08:54
봄밤





저 문디 헤프기도!

하마 목련이 몸,마음 마카다 조뿐 모양이네

이제 봄바람이 시치미 뚝 따고

벚꽃 꽃매아리에 앉아 고 입술을 희롱하고 있네

목련은 옥양목 하얀 적삼캉 처마끈 반쯤 풀린 채,

저녁 어스름 다가서는 어둠을

온몸띠로 밀어내고 서 있다.

후회 없이 주었을 텐데 참 허무한 눈빛이다

하기야 얼매나 춥고 사랑 고팠으면 그리 쉬 문을

열었겠는가? 긴 시간 눈물로 혼차

외로움 삭여 본 이는 짐작할 거라




그 괴욤 순간적이지만

추억의 작은 여름에 그리움을 키우며

또 한세상 살아가는 산수유,눈 노랗게 뜨고

어리벙벙 서 있는데 숫괴내기가 허기진

알라 울음소리로 스치듯 지나간다.

아매도 암고양이를 부르는 갑네

나도 봄 기운이 뻗치는가 근지러워

"잿가루 날릴지라도 딱 한 번 용암거치

뜨거워지이다" 중얼거렸더니

하루살이들

허무라도 삼켜보려고 불빛을 찾아찾아 헤맨다.




아이도 봄은 가로등에 앉아 벚꽃 봉오리들을

참 화근내 나게 달구고 있네.



*여름:열매
*괴욤:사랑


詩.정 숙


시집<위기의 꽃>.문학수첩.2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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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1.


말이 필요없는 봄밤이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손을 흔들었던가? 아님 웃음을 지었던가
조금 쓸쓸하기도 하였고, 조금 눈물이 나기도 했던가
매일이 넘쳐나서 모자란 봄밤이였다



풍경 2


저녁나절 터미널로 갔었다
신호대기중...
택시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

이제 마악 대학생활 시작한 여학생이리라, 꽃다운 츠자다
옆에는 어리벙벙 안경낀 순진한 그 또래의 남학생
새초롬히 팔짱을 끼고 연노랑 프릴 스웨터에 연노랑 주름치마를 입고 샐쭉 서있다
남학생이 뭐라면서 팔을 끄는데 아, 얼음짱같이 그 손을 털어내며 돌아서는 츠자의 토라짐.

어이,
<토라짐>이란 말이 이쁘지 않는가?

나는 갑자기 슬퍼지는 것이다
개뿔이나 토라질 것도 없는 마흔의 깊은 가슴이..나는 여전히 택시 안에서 팔짱을 끼고 그들을 바라 보는데 울컥 가슴이 미어지는 것

자두꽃이 눈꽃처럼 희게 오신 봄날이다.



풍경 3.


개똥무데기 라일락이
몰핀향기를 내뿜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가만가만 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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