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면 뭐, 방송국 프로그램 이름 같지?
아니여!
그냥 함 붙이봤쓰
좋잖아, 정이 있는 이바구, 그것도 초저녁에 말이여.
옛날에,
(나는 맨날 옛날에....하다가 말랑가?)
내가 초딩학교 오학년 때의 일이여
내 뒷자리에 이종우이란 놈이 앉았었지
얼매나 나를 괴롭히는지 갈아 묵어도 션찮은 놈이야
그 자식은(곱게도 안나오네 부르는 말이 ㅎㅎㅎ) 내가 좀 어리석었다는 걸 간파를 하고는 공부시간 내내 괴롭히는거야
내가 지금 성격같으면 수업중이고 뭐고 가릴 거 없이 확 머리끄뎅이를 잡아 뜯어 털 뽑힌 달구새끼 대가리를 맹글어 놓을낀데, 그 때만 해도 왜 그리 숫기가 없었는지..
기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초딩때의 아이들 기를 살리는 일이라고는 오직 즈들 엄마의 치맛바람이 얼마나 강풍이였는가 하는데 좌지우지되는 것이라, 좀 반드르르한 년놈들은 모두 알고보믄 한가닥 먹고 사는 부모들을 짜하게 배경으로 두르고 있었던 것이재
애새끼 맡겨놓고 학교라고는 한번도 간 적이 없는 울엄마를 생각하믄 나는 당하고도 말 한마디 못하는 물팅이 신세였쓰
이 자식이 맨날 콧물을 찔찔 흘리면서도 딱 하나 잘 하는게 있었다면
맨날 철모쓰고 군인들이 총쏘는 만화 그림을 참 잘 그렸지
그 자식 공책에는 전부 만화그림에 총매고 불이 뿌~왕 뿜어져 나오는 군인들의 그림이 대부분이였는데, 그의 어줍잖은 똘마이들은 그 그림 한 장 얻어 볼라꼬 눈에 불을 키고 댕겼다카이
그 놈이 걸핏하면 연필심을 뾰죽하게 갈아서 앞에 앉아 열심히 수업에 열중하는 내 목을 콕콕 찌르는 것이여
모기삼신이 달라 붙어 낳는 자식인지 여튼 그 뾰죽침의 공포는 대단했고,
공부시간에 떠들면 죽는 줄 알았던 나는 아무 소리 하지 않고 그 고문을 이겨내었지
여튼 오학년 내도록 그 자식한테 당한 기억밖에 없었는데, 작년에 내 동창친구놈을 아이라뷰스쿨에서 알게 되어 그 자식의 현재 일하는 직장과 전화 번호를 알게 되었지
두번째 이 놈은 내가 그 이종우 그자슥 전화번호도 혹시 아나 하고 물어보니 안다기에 좀 갈케 줄래? 했더니, 이놈은 괘히 쫄아서 안 갈키주는 거야.
그래서 내가 이만저만한 일로 내가 따질것이 있다고 알려주라 했더만 마지 못해 갈케주면서, 내가 갈케주더라 하지마라 하고 쪼잔시리 이야기 하는 거다 내참,
전화번호를 받아 쥔 나!
드르륵 전화를 걸었다
허이고 이자슥바라, 겁대가리 없이 바로 지가 받네.
"흠, 이 종우씹니까?"
"네"
"그래, 니 내 누군지 모르겠재?"
"잘 모르겠는데요"
"니 전상순이라꼬 아나?"
"잘 모르겠는데..."
"머르긴 와 모르노, 오학년때 니가 내 뒤에 앉아서 날 그렇게 괴롭혔는데 그걸 모르면 말이 안되지.. 역시 가해자는 잊어도 피해자는 잊지 않는 법이야. 이건 역사적 사실을 꼭 들춰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야"
하면서 점심 먹고 나른한 몸을 뒤틀고 앉아 있었을 이놈에게 나는 이날 이때까지 가슴속에 놈을 만나면 해 주리란 이야기를 화~악 쏟아 놓았다
"놀랬재?"
"놀래긴..."
"놀랬지싶다 니...마짜나...."
ㅎㅎㅎ
짜식이 그러더군...그 때 그랬으면 미안하다고.
이렇게 사과를 하니 마음이 봄눈 녹듯 풀어지는것이다
그 사과라는 게 어디 내 입으로 살점 한 점 들어오는 일이던가?
그져 귀에 들리는 말 한마디일 뿐이다.
그래도 마음은 몇십년 먹은 앙금을 녹이고,
"그래, 아그덜은 잘 크고 있나?"하면서 조폭의 큰행님처럼 그 식구들의 안부를 물어주는 것이다
근데 이 자슥봐라?
마지막 하는 말이 가관이네
"니 전화번호 우째 알아냈노?"
내 한방 쏴조찌..
"울 신랑이 국가 안전 기획부, 요새는 뭐래더라...거기 있짜나 ㅎㅎㅎㅎ" (물론 뻥이지)
내 담에 또 연락할것이...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반다시 만난다
언제 내 이놈을 반다시 만나서 차 한잔 마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