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안부

황금횃대 2007. 1. 14. 13:23

새해부터 징징 안 짤기로 했는데 병원 보조 침대에 자다봉깨 지대로 징징거리게 되욧

자고 나면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쑤시고, 겨우 잠 들었는데 놀라서 깨요

아버님은 병상에서 나는 보조침대니까 바닥쪽에서 조금 떨어진 높이잖여? 따가운 눈꺼풀을 겨우

진정시키고 잘라면 아버님이 위에서 방귀를 따다다다 뀌요.

6인실 병실에서 아버님은 집에서 하던 방법 그대로 가스를 분출합니다. 허기사 다들 죽것다는

환자들 뿐이니 방귀를 말라꼬 참을까. 아픈거 참을라면 방귀는 저절로 나오는 것인데 그걸 눈쌀

찌푸릴 수도 없고, 웃을 수도 없고. 기침을 많이 하시니까 같은 방향으로 안 자고  아버님 발치쪽에 내가 얼굴을 두고 자잖여

그럼 방귀 냄새가 그대로 내 얼굴에 은총처럼 쏟아져 내려요.

참말로 식구니까 참지...안 그럼...이불 보따리 싸들고 밖에 나가 골판지 깔고 자도 잤을겨.

 

잠시 작은집 조카들 일요일이니까 와 있으라하고 집에 왔세요

집에 오니 아덜놈이 감기가 잔뜩 들어서는 징징 웁니다.

어지간해서 아프단 소리 안 하는데 많이 아픈가봐요. 콧물에 목 감기에  기침에..열까지.

그래서 방금 송이버섯 말린 것 삶아 물 우려내서 한 컵 갖다 줬더니 좀처럼 안 먹는데 디기

아픈가 그걸 다 먹어요.

 

밀린 빨래 돌리는 사이에 손톱도 깎고 아들 옆에도 누워서 나도 뜨끈한 방바닥에 누워요.

먼지 풀썩풀썩 나는 집구석이 그래도 참 편하네요.

아직 내 생일 될라믄 한참이나 남았는데 애인은 생일 선물을 보내왔어요. 병원으로. ㅎㅎㅎ

고스방은 내 생일에 무슨 선물을 줄라는지...기대가 됩니다만 뭐 케잌 하나로 종치겠지요?

 

병원 갈 때도 편지지하고 색연필 챙겨갑니다. 또 뜨게질 거리도 챙겨가요

심심할 때 뜨게질하면 시간 죽이기에 좋습니다. 아버님은 많이 편찮으신게 아니고 기침을 많이

하시니 호흡곤란이 왔어요. 진작 병원 가시라고 하니 안 가시고 버티더니 저렇게 입원입니다.

지난 달 입원했을 때 입원해 있던 분들이 아직도 있어요. 또 오셨세요? 합니다. ㅎㅎㅎ

 

자기 전에 복도에서 새 들어오는 불빛을 받아 편지를 써봐요. 괜찮습니다.

하루종일 일이란게 지자리곰배처럼 병원 복도 왔다갔다하는 일이 다지만 그래도 써 보면

한 페이지는 써 집니다.  그걸 접어서 봉투가 없어서 편지지 종이를 접어 풀 붙여서는 가장자리를

자르려니 가위가 없어서 내가 침을 뭍혀 종이를 잘라내니 맞은 편 병상 할아버지 환자 아들이

물끄러미 바라봐요. 병원와서도 이런 호작질 하는 사람이 참 드물기도 하겠습니다.

 

친정아부지에게 짜드린 쉐타가 너무 커서 그걸 풀었어요

커다란 실뭉치가 두 개나 나왔습니다. 그걸로 내 옷을 새로 짜기 시작했어요

그 때 너무 널성널성하게 짜서 새로 짜니 실이 모자랍니다.

잠깐 대전 시내 나가서 실도 배색 맞춰 사왔세요.

꼬박 앉아서 짜니까 뒷판을 이틀만에 다 짰세요.

앞판 시작해서 짜고,소매는 그냥 달면 되고...수 일내에 또 옷 한 벌이 완성 되겠네요

옷이 완성되면 보여 드릴게요

올해는 쉐타를 두 벌이나 짰습니다.

저번에 짠  수박색 자켓을 선물로 받고 입고 나갔더니 애인의 직장 동료들이 부러워죽겠다고

옷을 만져본다네요. ㅎㅎㅎ 제가 그랬어요. 부러운 사람들은 다들 옷 짜주는 애인 하나씩 구하라구.

그러면 겨울이 한결 따뜻해지겠지요.

 

병원에 있을 땐 잘 모르겠던데 바깥에 나오니까 얼마나 춥던지...버스 기다리며 개떨듯 달달 떨었습니다.

옷 따시게 입고 댕기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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