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동맹 상순이

황금횃대 2007. 3. 19. 10:11

이즈음 꿈을 자주 꾼다

아침에 바쁘게 설치다보면 꿈을 잊는다

그런데 오늘은 다르다.

 

친구들이랑 바닷가에 갔다

광활한 그런 바닷가가 아니고, 해안의 유람을 목적으로 배를 타야하는 그런 곳이다

일행들은 많았고, 나도 거기에 낙오가 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그들을 따라 움직였는데

마지막 구명복을 입으려는 순간, 나는 내 소지품을 맡기지 않았다

일행은 언제 빠져나가 맡겼는지 그들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다. 나만 가방에다 음식까지

잔뜩 넣어 두었다.

그걸 줄이 서 있는 차례를 지켜 맡기고 오니까 일행들은 이미 어디로 가고 없고 어디서

밀려 왔는지 바다로 나가기 위해 줄을 선 행렬은 끝도 없다. 나는 그들에 밀려 앞으로 나가고

있는데 어느 순간 발을 헛딛였다. 어머나하고 몸이 움찔 놀랬다. 무의식은 계속 꿈속이였으나

다른 의식 하나는 내가 발을 움직이며 깜짝 놀랬다는걸 자면서도 알았다

발을 헛디뎌 빠진 곳은 바닷물을 가둬 둔 수조 속이였는데 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

그걸 느끼는 감각은 지난 가을 설악산가서 한화리조트에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 물에 빠져서

물을 먹고 허우적 거리던 그 느낌이 그대로 왔다. 숨이 턱 막히고 물을 삼키는데 실제는 내가

침을 삼키고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급하다는걸 의식이 느낀다.

그런데 옆집 아저씨가 내 손을 잡아서 수조 가장자리로 밀어준다 그걸 잡고 올라 와서는 다시

행렬을 따라가는데 거기도 맹 바닷가. 물이 아른아른 거리는데 물 속을 다른 사람들은 서로 이야기

하면서 걸어가는게 아닌가. 어찌된 셈인가 물 속을 보니 물 속에 좁다란 콘크리트 길이 만들어져있어

모두 그 위를 걸어가며 마치 물 위를 떠가며 걸어가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나도 발을 내 딛여 보았는데 내가 딛이는 부분은 콘크리트 길이 얼마나 좁은지 길이 아니고 무슨 평균대

위를 걸어가는 것 같다. 주위를 돌아보면 모두 평지를 걷듯 아모 거리낌없이 걸어가는데 나는 한발 한발

내 딛기가 너무나 불안하다. 길 옆은 시퍼런 바닷물의 깊이가 그대로 전해지고.

조심조심 발발 떨며 걷다가 깨어났네.

 

 

어제,

조기태씨네 잔치가는데 어머님이 영동간 김에 시장에 가서 올뱅이(다슬기)가 나왔는가 보고 있으면

사 오라고 하시네. 잔치가랴, 손님 만나랴, 점심 먹고는 시장가서 올뱅이를 사가지고 집에 와서 오후 내내 국을 끓인다.

곰 솥에 한 솥정도 끓인다.

그걸 까서 국을 끓이면서도 어머님이 드실거니 미원이며 다시다를 낫게 넣는다. 몸에 안 좋다 해도 그렇게 입이 쓰다며 드실라하니.

 

아침에 국을 드리니 밥은 넣어서 말아 드신다. 나도 어지간히 다 먹어서 상을 치우는데

그러면서 방으로 가시더니 뭐라고 말씀을 하신다.

"국에 다시다하고 미원하고 좀 더 넣으면 될껀데..그걸...."

상을 치우다가 어머님한테 가서

"어머님 어제 국 끓이면서 어머님 드시는거라 제가 미원하고 다시다하고 듬뿍 넣었세요. 그런데도 적다고 하시면 제가 상 위에 따로 미원하고 다시다하고 듬뿍 담아서 올려 놓을테니 타서 드세요"

그랬더니 어머님이 손사래를 치시며 됐다 고만...하고는 말을 끊으신다.

 

그냥 화가 좀 나지만 부엌으로 와서 치운다고 씻어 놓은 그릇을 위쪽 씽크대 유리문 안의 수납장에 올려 놓는데, 유리문이 좀 덜 열렸던가 아니면 열리는 중이였는데 내가 그릇을 넣었던가 하여간 그 싯점은 중요하지 않고 그릇이 유리문 모서리에 부딪쳤는데 순간 유리문이 박살이 나면서 파편이 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팔을 들어 올린 상태였으니 팔 위에도 유리가 쏟아졌다. 부엌바닥으로 강화유리가 각이 진 유리구슬처럼 쏟아재 내린다. 쫘르르르르르... 문틀도 없이 오롯 유리로만 되어 있는 수납문이니까 크기가 좀 크다.

 

그러자 팔이고 코, 얼굴에 피가나기 시작한다. 유리 모서리에 몇군데가 찍혀서 자상이 생겼다.

아침부터 피를 보는구만.

 

아들은 휴지를 갖다주면서 상처를 보고는 걱정이 되서 <많이 다치지는 않았네..>하더니 버스 시간 때문에 학교로 가고, 나는 고만 그 순간을 이기지 못하고 방으로 들어와 엉엉 운다

아버님이 화장실에서 나와서는 부엌바닥에 만장지장 흩어진 유리조각을 보고는 기겁을 하시더니, 차 대주는 전화를 받으셨다며 나가시고.

 

한참 우니까 어머님이 <야이, 너 왜그러나? >하시면서 방문을 여신다.

이왕 터진 울음이니 꺽꺽 운다.

왜 그러냐고 자꾸 물으시니 조미료 이야기를 한다.

저는 한다고 해도 어머님은 자꾸 음식가지고 뭐라하시니 속상해요

어이구...신파가 따로없다. 나이 들어가면서 왜이리 사람이 쫀쫀해지나

팔에서 피는 뚝뚝떨어지지..자해공갈단이 따로 없구만 ㅡ.ㅡ;;

 

<내가 너 힘든 걸 왜 모르겠냐. 영감할마이 맨날 병원가고 그러고, 뭐라도 말만하면 만들어 내오는데 내가 사람인 이상 그걸 모르냐. 잘 하면서 왜 이랴. 내가 언제 너 나쁘고 못 한다고 하더냐. 내 고맙게 생각해. 그냥 내가 혼자말 한 걸 가지고 니가 그렇게 고깝게 생각하니..나는 그럴 줄 꿈에도 몰랐다....마음 풀어라..."

 

유리 다 쓸어 치우고, 유리파편 들어간 반찬 다 버리고....

청소하고 팔띠기 들여다보니...참말로 가관이다.

유리문 그런거야 일부러 그런게 아닌데 마침 상황이 그렇게 맞아 떨어지고 사람의 생각 한 꼬투리는 이렇게 무섭다. 그 생각이 화에 미처 있을 땐, 독이 된다.

애인이 그렇게 화 내지 말라고 했는데 또 그걸 거스린다.

아침부터 사는 일이 만만찮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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