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날래면 몸이 천근만근이래요
자고나면 아침이 가뿐하여 마악 이륙한 나비처럼 가벼워도 뭣할텐데
도무지 내 몸이 내 맘대로 일으켜 세울 수 없을 만큼 무거워요
끙끙, 몇 번이고 뒤채이며 비비적거려야 겨우 손으로 방바닥을 짚고
머리를 공중으로 들어 올릴 수 있네요. 너무 무거워..
겨울 지나고 꼭 이맘 때면 생일처럼 돌아오는 증상이라
드디어는 어제부터 설거지만 해놓고 떨치고 나섭니다.
아직 촌동네를 쓸고 가는 바람은 쪼매 차갑기도 한데
그래도 가볍게 입고 산으로 갑니다.
엎어지면 산들이 더 가까이 엎어져 있는 곳이라도
춥다는 이유로, 혹은 나홀로 산행은 위험하다는 생각에.
오늘 산에 올라 작은 의자에 앉아 생각했지요. 공포에 대해서.
산충턱에는 바람이 계곡을 쓸어 훑어 오르는 소리가 잦은 방향 뒤채임으로
감지가 되요. 바람을 느끼며 <공포가.가 무엇인가 생각합니다.
공포란 실제 내가 직접 느낀 크기보다 <이러이러 하더라>라는 학습으로 인해
미리 느끼는 공포가 더 큰 것임을 기억해 냅니다. 아마 예전에 읽은 책에서
그 기억은 건너 왔겠지요. 혼자 산행에 산짐승을 만나게 된다면? 뱀을
만나게 되면? 인상드러운 남자가 불쑥 나온다면?
상상과 여태의 학습으로 공포는 중폭이 되고 나는 그만 발걸음이 바빠져요
조작된 공포에 반응하는 내몸이 설명 불가능이지만 하여간 그랬어요.
사는 일도 혹여 이 규칙이 적용되는건 아닐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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