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주 동맹 여편네

일상

황금횃대 2007. 8. 21. 09:26

 

옛날에는

 새벽 창호지를 찢으며 우는 달구새끼 소릴 듣고 잠을 깼더랬는데

이즈음은

 아침부터 제 외투를 쫘악 깔아서 난전판을 벌리는 열대기온과

칠년 만에 나왔으니 나도 이참에 괌좀 낫게 질러 보겠다는 매미들의 혼성합창으로

달디 단 새벽잠을 깨고 만다.

 

나이 먹으면 이 모든 자연의 열띤 함성을 먼저 알아 듣는 특별한 귓바퀴가 생겨지는지

고스방은 나보다 먼저 일어나 샤워를 하고 자동차 두 대를 닦느라고 등때기 땀을 쩔쩔 흘린다.

나야 뭐 벌어다 주는 돈으로 먹고 없으면 쪼매 굶으면 그만인데

저 더운 땅 우에로 나가 넘의 주머니 돈을 내 주머니 넣기 위해 용을 쓰자면

발바닥에 느껴지는 화끈 거리는 온도가 얼마나 더할 것인가.

나는 더우면 에라이 모르겠다 죽어나는게 돈이지 뭐, 사람 부터 살고 볼 일이야하면서

에어컨을 왕왕 틀어놓고는 한다는 짓이 올 늦가을에 입을 핫바지 만드는일이라.

짜드라 내세울 시름도 없음시롱 시름이 많은 척, 걱정이 많은 척, 하며

그것을 잊겠노라 바느질을 한다며 뻥이나 실실 까대지만 실은 저 하고 싶은 일은 하는데.

 솜을 놓고 , 바늘에 손가락 뚫어가며 누벼서 앞 뒤판 만들어놓고 입어보니

영~~~ 아니올시다네.

 

핫바지 만드는 일은 그렇다 치고.

 

요새도 맨날 컴퓨터 가르친다고 오토바이타고 반야사까지 들어갔다 나오네

반야산장 할아버지께서 컴을 배우실라는데 그게 맘대로 되야지

학생 때는 일등을 못하면 교실에서 나오지도 않고 버텼다는 양반인데

일흔이 훌쩍 넘어가니 더블클릭도 제대로 되들않어

그래도 세 시간 강의에 그림판에 그림도 그리시고

창 크기도 조절하고, 어제는 파일과 폴더도 이해를 하시더만.

일 끝나고 오토바이타고 땡볕 속을 달리자면

검게 탄 내 팔뚝이 지글지글 타는 소리가 듣기는거 같어 ㅎㅎㅎ

 

무릎 아프다고 내내 징징거리다가

어제는 앞 냇가에 올뱅이를 잡으로 갔네

시집와서는 저거 잡는게 너무 재미있어서 낮에도 가서 잡아 와 식구들 국 �이 믹이고 그랬재.

그런 순정도 나이가 드니까 어데로 갔는지

시장 가서 몇 만원어치 사다가 �이면 할까 잡아서는 못한다고 딱 손 놓았는데

어젯밤에는 날도 덥고 해서 슬리퍼 신고 후레쉬들고 실실 앞 냇가로 나갔지

깜깜한 밤

낮에 보면 별 것아닌 갈대숲이 밤에 후레쉬 불로 비춰보면 어찌나 무섭던지

그래서 한번 뽑은 칼, 썩은 무라도 베야할 판이니 어찌어찌 갈대를 헤치고 물가까지 당도를 했다

한 시간쯤 잡았나. 정신 없이 잡을 때는 모르겠는데 허리를 펴고 큰 냇가 사방을 불로 휘익 비춰보면

깜깜한 밤이 우찌그리 크고 넓은지.

 

더 밍그적거리며 돌아댕기면 좀더 잡았을 건데

물때 낀 바위에 안 미끌어질라고 용쓰다봉깨 무릎은 더 아프고

한 번 먹을 것만 잡으면 됐지...싶은 마음에

(이렇게 욕심을 내지 않는것 보면 나도 어지가히 도사 반열에 오르지 않았나?)

올뱅이 자루 물에 흔들어 대충 씻어서 집으로 온다.

 

아침에 어머님께 올뱅이 잡은 걸 보여드리니

소 한마리 잡아 온 것보다 더 반긴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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