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랫날을 병원에서 죽치다가 어제는 한길가에 나가 보았다.
내가 사는 촌구석과는 달리 여기는 저녁 일곱시가 넘었는데도 골목골목이 대낮처럼 밝았다
며칠 전 집에 잠깐 들렀을 때 얼결에 집어 들고 나온 한겨레 신문을 나흘동안 심심할 때마다 훑었더니
세계의 정세며 국내의 판도, 경제와 부동산, 그리고 건강(그날치 신문은 건강에 관한 면이 두 페이지나 있었다) 심지어 도올이 중앙국악관현악단인가 뭔가의 이십주년 기념 공연에 사회겸 해설자로 나온다는 사실까지 알 수 있었다. 몇 년을 신문을 받아 봤지만 이렇게 자시 훑어 보기는 첨이지 싶다.
(마침표를 찍어 놓구선 다시 읽어 보니 <자시>라는 말이 나온다. 나는 왜 <샅샅이>라는 표준말이 있는데 자시라는 사투리를 쓸까...하고 잠시 생각했다. 샅샅이 라는 낱말에 왜 사타구니 냄새가 나는건지. 아마 내가 병원 생활 하는 동안 너무 굶어서 그런게다. 사타구니를 떠올리게 하는 샅샅이란 낱말을 의도적으로 쓰지 않으려는 생각에서..)
바로 신문을 가지고 오던 그날
오후 3시에 황간에서 출발하는 대전행 직행고속버스를 타고 오는데 버스에 올라 타기만 하면 바로 <졸며자며>모드로 들어가는 내가 내처 창문을 바라 보며 깊은 상념에 잠겨 있다가 문득 고개를 옆으로 돌렸는데 이런 씨부럴..
내가 앉은자리 건너편, 그러니까 버스 복도를 사이에 두고 나랑 나란히 앉아 있던 남자가 신문지로 앞을 가리고는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어랏!하는 순간 같이 눈안에 들어 온 시커먼 거시기.
놈은 제 물건을 버젓이 꺼내놓고 혼자 딸딸이를 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벌건 대낮에 그것도 버스 안에서 저런 좆같은(아니다 좆을) 일을 목격하게 되다니, 순간 불쾌감과 저자식 미쳤군하는 조소가 한�에 쏟아져 나왔다.
고개를 바로 돌려버렸다. 바깥 풍경을 보니 버스는 이제 마악 영동을 지나 심천쪽을 향해 가는 중이다. 그러니까 대전까지 삼십육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이제 겨우 십여분 달려왔던 것이다. 나머지 이십육분을 이제 고개를 한 쪽 방향으만 보고 반대편 방향으로 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 난감했다. 생각 같아서는 청맹과니같은 눈길로 무심히, 아모 흥분도 마음의 분노도 없이 지긋이 바라 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리 할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그러니 한쪽으로만 바라 보는 창문의 풍경은 지루하기 그지 없고 반대편으로 모가지를 단 1도라도 돌리는 시늉을 할 수 없던 나는 오분 정도 지난 후에 왼쪽 목이 뻣뻣해지는 느낌까지 오는 것이다. 느낌은 더욱 더 마른 침을 삼키게 하고 마른 침이 넘어가는 목구멍은 괜시리 가시가 걸린 듯 뜨끔하고, 뜨끔한 느낌은 뻣뻣해진 왼 목줄기에 경련을 일으킬 조짐까지 보이는 것이다.
오른 손을 들어 올려 왼목을 쓰다듬었다. 그러면서 어깨가 아파 누르려고 내가 팔을 들어 올린 냥 위장을 하며 어깨를 아픈 소리까지 조금 만들어 내며 꾹꾹 눌러 준다.
녀석은 내가 눈치를 챘다는걸 알고 있으리라. 왜냐면 그런 놈들은 보나마나 제 행위를 누가 보아 주면 더 신이 날테고, 본 사람이 은밀히 제 행위를 인지하고 무던히 참고 있다는 것을 보며 더욱 즐길테니까.
나는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려 꼼짝을 하지 않고 있는데 그 자식은 내 건너편 바로 옆자리에서 나를 쳐다보며 그 짓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안 봐도 비됴일것이다.
이십여분이 지나자 놈은 신이 났는가 소리까지 막 낸다. 그 소리는 창문에 걸려 있는 커튼의 고리가 유리에 부딪히는 소리와 닮았다. 나는 애써 그 소리가 노면상태에 따라 커튼 고리가 움직이는 거라고 머리 속으로 차의 움직임에 부드럽게 움직이는 커튼고리를 상상한다. 상상은 슬로우슬로우였지만 머리 속에선 팽팽 쥐가 날 지경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게 아닌데, 내가 이렇게까지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며 비상경계령을 펼칠 이유가 없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움츠려지고 경직된 호흡을 내려 놓았다. 그러고는 무심히 (그러나 그놈의 시커먼 거시기는 여전히 풍경의 한쪽에 솟아 있다) 초록을 바라 보았다.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나는 예의 얼결에 집어 온 신문을 생각하고는 가방에서 신문을 빼내 펼쳐 들고는 서서히 활자의 바다에 빠져 들었다.
사람의 신경이란 참말로 희안하지, 한쪽에 몰두하면 옆에서 지랄발광을 해도 몰입의 담장을 넘어 오지 않는다는 것, 설령 살짝살짝 넘어 오더라도 몰입에 더욱 정진하면 그건 저절로 잦아 든다는 것.
버스에 내릴 때도 신경전이 극심하였다.
버스가 터미널로 진입하기 전 나는 저놈을 먼저 내리게 할 것인가 내가 먼저 내릴 것인가에 고민을 하였다. 짐이 두 보따리가 되는 내가 내린다고 서 있으면 저 놈이 바로 내 뒤에 따라 붙어서 신문지로 앞을 가리고 내몸에 달라 붙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 그래서 차가 서자 나는 조금 앉아 있었다. 앞에 사람들이 내리자 나는 일어 날 듯 시늉을 하며 짐보따리를 모두어 쥐고 일어서면서 놈을 보니 놈도 예상했던바 깜짝 놀라면서 일어 서는 것이다. 놈이 일어 난 것을 확인하고 나는 다시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놈의 뒤에는 내 뒤에 탄 사람들이 밀고 나온다. 나는 그들이 다 내리고 난 뒤에 차에서 내렸다. 내려서는 곧장 택시 타는 곳으로 내려와 택시를 기다리는데, 어떻게 생긴 놈인가 얼굴 함보자는 맘으로 계단 위쪽을 올려다보니, 턱주가리에 시커먼 사마귀를 하나 박은 녀석은 나를 집요하게 쳐다보고 있는 중이다. 에이 씨발롬 괘히 쳐다봤네...
병원으로 와서 무료하고 심심하고, 때로는 급한 시간을 보낸다.
아버님은 화장실까지 걸어 가는게 싫어서 누운 자세에서 소변기를 갖다 대고 소변을 보시는데 그 땐 내가 돌아 앉아 있거나 자리를 피한다. 그러나 내가 밖에 나가 있다가 들어오면 내가 없는 줄 알고 무방비로 소변을 보시다가 내가 현장을 적발 당하시기도 하는데, 그 땐 피치 못하게 눈에 들어오는 시아버지의 거시기도 얼핏 보게 되는 것이다.
어젯밤에는 아버님 옆의 병상에 누워 있던 할아버지가 다들 자는데 혼자 자지 않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을 한다. 시발조또 내가 왜 지금 이모양 이꼴이 되었는지...그런 넋두리를 오지 않는 잠을 청하면 듣는 일이란 참말로 시커먼 거시기 보는 일보다 더 거시기한 일이다. 허리가 편치 않아 자세를 바로 잡을려고 일어 났다가 또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다. 전립선비대증으로 입원한 그 신세한탄 할아버지도 멀쩡히 바지춤을 내리고 자신의 거시기를 씨원하게 내 놓고는 혼자말씀 중이시다. 꽥!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내놓는 쌔고 쌘 그것을 병원에선 아무렇지 않게 보아주는 것도 환자에 대한 예의이다. 그러니 버스에서 본 그 놈의 그것이야 내 깨끗이 잊어주지(말은 이렇게 해도 신문지 밑에서 불쌍하게 흔들리던 그놈의 것이 대번 생각난다)
그리고 어제 저녁에는 근처 도서대여점에서 소설을 빌려왔다. 제목은 <아내가 결혼했다>이다. 시간나면 한번 읽어 보시라. 내 사상하고도 아주 근접한...그런...ㅎㅎ
책제목 : 아내가 결혼했다 제2회 세계문학상 당선작 |
지은이 : 박현욱 지음 |
출판사 : 문이당 펴냄 |
부가정보 : 2006.03.10 발간 | ISBN : 8974563304 |
책소개 : 두 남자와 결혼해 버린 발칙한 아내! ‘결혼’이라는 결정적 한 골을 희망한 남자와 2명의 골키퍼를 동시에 기용한 한 여자의 유쾌한 반칙 플레이 제2회 세계문학상 당선작 『아내가 결혼했다』가 출간되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