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주 동맹 여편네

질거운 나으 집

황금횃대 2007. 9. 7. 20:21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집 뿐이리.

중학교 일학년 들어가서 처음 합창 대회를 하는데 지정곡이 저 곡이였다 <질거운 나으 집>

 

서울 둘째 시누형님이 드디어 나와 간병 교대를 해 주신단다. 교대의 이유가 내가 힘들어서 교대를 해 주겠다는게 아니고, 포도를 따야하니 포도밭에 일꾼인 내가 집으로 내려가고 형님이 병간호를 들게 고서방이 작전을 짠 것이였다. 황간 가면 머리카락 자를 여가도 없을 것 같아 짐보따리 몇개를 짊어지고 미장원에 가서 머리카락을 동시그리하게 잘랐다. 머리는 쇠서 허연데 스타일은 영락없는 중학교 1학년 스�이다. 흐흐흐..얼마나 이뿌겠는가.

 

내 옆에서 지루하게 기다리던 양샘은 머리카락 자른 날보고 이쁘다고 하며 궁뎅이를 톡,톡 쳐준다

벨로 무겁지도 않는 보따리인데 새임은 집까지 날 태워다 준다. 자다가 깨어나 생각해도 고마운 분이다.

점심 한 그릇 올갱이국으로 사 먹고 집에 들어서니 미리 해 놓으면 어디가 덧나는가 날 잡아 청소를 하고 있는 중이다. 가방 마루에 던져 놓고는 앉아 볼 여가도 없이 뒷마당, 옆마당, 앞마다 뺑뺑 돌아가며 청소를 하고 면사무소 가서 스티커 발부 받아 의자도 바깥으로 들어내고, 오후 내내 닭장 앞에서는 쓰레기 불법소각으로 인해 집구석 한쪽 여불때기가 시커멓게 그을렸다.

 

그렇게 치우는 와중에도 어머님은 마루 창문을 열고 내다보며 오늘 장날인데 새우젓을 사 와야한다고 몇 번이나 말씀을 하신다. 아니..모두들 내가 황간 안 왔으면 어쩔뻔 했디야?  너무 늦으면 장꾼들이 물건을 차에 싣고 철수해 버리기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려고 시동을 거니, 한 두어주일 세워 놓았다고 이녀르꺼 오토바이가 시동이 안 걸리네. 발로 열심히 잣아봐도 드르륵 소리가 안나. 땀만 빠질빠질 흘리다가 결국에는 되돌려 세워놓고 터덜터덜 장까지 걸어가는데 걸어가다가 살짝 엄살 섞인 목소리로 고서방한테 전화를 하니까 그 땐 부처님이 맘을 이쁘게 잡아 주셨는가 날 태우러왔네 글쎄. 이틀전 심사 같으면 반찬이고 청소고 손갑육갑 까딱않을 생각이였지만 나도 늙었으니 어쩌랴. 그냥 걸어 갈래니 다리도 아프고 차를 타고 장에 갔지. 오징어와 꽁치. 무와 새우젓, 쪽파 한 단 사와서 들여다 놓고는 또 다시 집구석 치우는 일에 몰두를 하네. 일년에 한번 하는 청소라 고서방도 일 나가지 않고 이것저것 들고 나와 활활 타는 불법소각로에 집어 던진다. 칠십년이 다 된 시엄니의 옛날 자개장농도 타고, 딸아이 초딩 일학년 들어갈 때 사준 작은 장롱도 서로 동개져서 탄다. 어머님 신발도 스방 쓰레빠도 오래된 실내화도 끈떨어진 조리고 활활 탄다.

 

마지막 물청소까지 하고 들어와 앉으니 일곱시다.

저녁 한 숟갈 떠먹고 설거지거리는 물에 담궈 놓고 방에 와 앉는다.

내가 앉아서 무던히 놀던 의자. 컴퓨터, 방바닥...이런 것들이 너무 좋다.

 

즐거운 술집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집 뿐이리~~

벌써 잠이 오네.

오늘은 폭삭한 요대기 깔고 방바닥에 등때기 갖다 붙이고 포근하게 자야지.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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