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이 싫어 콩밥을 며칠했다
아침을 먹고 남은 밥을 모아서 밥상을 정리하는데 어머님이 아버님의 밥그륵을 전해 주며 한 말씀 하신다
"느그 아부지가 콩밥 하니까 뭔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하네"
"콩밥에 무슨 냄새가 나요 어머님?"
"벡지 그러는거지."
나이들면서 벡지 그래지는 일.
싱거운 것도 짜다고 하고, 짠 것은 싱겁다하고, 콩 하나 씹으면 얼마나 구수하고 좋은데 하다가도
콩밥에 냄새가 난단다.
잘 안 듣기면 고만 듣기만하고 거들지 말지, 전혀 엉뚱한 소리를 하니까 일일이 대답하기도 구찮다
아버님이 얼토당토 연관없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우울하다.
나이라는 것, 저 빌어먹을 나이라는 것,
기억과 추리와 유추를 빼앗아 가는 나이.
나도 필경 그 길을 밟아 갈터이지만 아침마다 서글프고 점심 때 겨우 기운을 끌어 올렸다가
그 끌어 올리기 위해 소진하는 에너지마저 피곤으로 축적이 되어 밤이면 녹초가 된다.
집구석에서 하는 일이 뭐가 있다고 맨날 피곤하다 하느냐고
한 인간은 내게 모질게 말을 한다
상민이 대가대 등록금 반환하러 가서 찬솔새임을 만났다.
여전히 훤한 얼굴에 온화한 생각과 힘찬 희망의 가지들을 보면서
나는 정말로 쉬 시들어 버린 나무구나 생각했다.
환갑잔치를 하고, 그 때부터 내 인생 후반전이 시작됨을 천하에 공표할고야
시집도 내고, 음악도 하고, 시화전도 하고 서예전도 열고
그동안 자신을 절제하면서 차곡차곡 쟁여 놓았던 희망 보따리를 이제 펼칠 일만 남은 노년.
평생 일만하고 산 우리 시아버님.
누구나 땀 흘리며 잘 살았다.
아둥바둥 잘 살았다. 그러나 내 보기엔 ....
나도 그 누구의 모습으로 남아질까..그게 두려운게다. 힘빠진다. 아침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