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방의 아침일기>
뽑기통에서 뽑은 종지만한 알람 시계는 여섯시만 되면 어김없이 띠리리링~하며 나를 깨운다
잠결에 설핏 듣고는 시계 알람 조정하는 단추를 안 옮기고 가만히 있으니 여편네가 깨서는 나를 흔든다
"새벽에 어디 차 대 준다고 약속한 곳 없어요. 없으면 좀 더 자고..."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여편네가 알람 조정 단추를 누르며 시계가 앵앵 거리는 걸 끈다.
습관이다. 고만 그렇게 깨면 평상 습관대로 잠이 오지 않는다.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자는 여편네의 잠옷을 끄잡아 땡긴다. 여편네는 인상을 찡그리며 또 와 땡기노? 하는 표정이다.
내가 얼른 깔고 자던 핫백을 반듯하게 펴 주면서 허리 아픈데 여기 뜨거운데 좀 지지라고 말한다
여편네는 못 이기는 척 미끄러지며 방바닥 요대기 펴 놓은데로 내려 온다.
"아직 안 일어 나면 좀 더 자지 맨날 피곤하다 하면시름..."
말꼬리를 채 말아 올리지 못하고 여편네는 또 잘려구 한다.
또 습관이 나온다. 나는 여편네의 몸을 슬슬 만진다. 자전거도 탄다. 언제 접촉해도 좋은 여편네의 살결이다. 신이 만일 사람의 살을 사포질로 만들었으면 어떻했겠는가. 만일 살결이 사포 같다면 문때는 이 일이 얼마나 괴롭고 지겨운 일이겠냔 말이다. 그러나 오, 신이시여 고맙게도 사람의 살은 문때면 문땔 수록 따뜻하고 더 문때고 싶은 욕구가 팍팍 일어나는 천연의 재질이다. 공단 요대기인들 이보다 더 좋을소냐.
여편네는 진짜 좋아서 웃는 건지, 아니면 좋은 척을 하는 건지 종잡을 수 없지만 그래도 잠결에 히죽히죽 웃는다. 그래서 내가 귀에다 대고 "다시 살아도 상순이하고 살아야지.."하면서 나즉히 속삭였다. 그랬더니 비몽사몽 아침잠 많은 여편네가 밑에서 용수철이라도 튀어 나오는 듯 벌떡 일어난다.
흠...역시..이런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과연 몇이나 될까? 여편네 잠을 깨게 할만큼 감동적이지 음하하하하..
<여편네의 아침 일기>
저 지겨운 알람소리. 뽑기 좀 그만하라구 해도 자동차 뒷트렁크를 열어보면 벼라별 물건 들이 다 쌓여있다. 자잘구레한 것들은 그렇게 트렁크에 넣어 두고, 좀 큰 물건을 뽑으면 집에 가지고 들어와서는 내 눈치를 보며 자랑을 한다. 한번은 전기난로를 뽑아 가지고 와선 이게 얼마쯤 하고 성능이 어떤것인지 아이들보고 인터넷 검색을 시켰다. 마악 포장을 뜯으며 자랑을 하니 아들놈이 덩달아 신기한 듯 포장을 같이 뜯으며 이야기를 했는데, 막상 검색을 하니 그 상품의 상품평에는 아조 못쓰고, 혹여라도 그걸 공짜로 갖게 되었다면 그 즉시 갖다 버리는게 돈 버는 거라는 상품평과 그 전기난로가 전력량 계기판을 뺑 돌게 만든다는 그 한 줄의 상품평에 고스방의 눈이 돌아 갔다. 당장 그걸 다시 싸기 시작했는데, 포장지는 아들놈과 둘이서 신나게 뜯어놓구선 재포장을 하려니까 포장지가 찢어진거라, 괜히 죄없는 아들에게 눙깔을 부라리며 니가 포장지를 험하게 뜯어 놨다고 있는성깔 없는 성깔 다 부리더라나. 마침 내가 어디 갔을 때 그런 일이 있어서 다행이지 만일 나 있는데서 그랬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한 따까리 했을거다.
근데, 이야기가 옆길로 샜네. 저누무 알람을 맞춰놓고 자면 아침에 알람 소리가 나면 발딱 일어나야 하지 않냔말이다. 그런데 열번을 맞춰 놓으면 한번 그 시간에 일어날까말까이다. 그러면서 알람은 말라꼬 맞춰놓노 말이다. 꼭 내가 일어나 알람을 끄면서 깨워야 일어나면서 저눔의 알람은 지금시리 맞춰 놓고 잠을 잔다.
알람을 끄면서 차 대 줄데가 없는가 하고 물으니 없다고 대답한다. 이런 덴장..그런 것도 아니면서 날 깨울려고 부러? 방학이 되도 늦잠 한 번 잘 수가 없다. 괘히 그 시간에 깨서는 나를 잡아 땡긴다. 바닥에 내려와서 자란다. 벨로 반갑지도 안하구만 왜 저래 잡아 땡기는지 모르겠다. 나는 극세사 요대기 촉감이 서방 살보다 훨씬 보드랍고 좋구만.
보나마나 핫백은 명분이고 옆에 같이 누워서 내 몸에다 저의 때를 다 옮겨 놓을려고 그럴거야. 옛날에도 내가 설명하지 않았던가 때이온의 이동 ㅎㅎㅎ
어이구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날이면 날마다 그러는 일에 손이 왔다갔다 상하운동을 한들 뭔 전기씩이나 일어날라구 그래서 멀 해도 자는척 하면서 가만히 있는다. 그런데도 서방은 뭐가 좋은지 혼자 뭐라고 뭐라고 이야기한다. "상순아, 이런 기계 발명하면 많이 살거야" "무슨기계를요?(아씨 대답하기도 귀찮아 죽것어)" 히히, 그냥 손하고 다리 하고 여편네 우에 얹어 놓으면 자동으로 왔다갔다 하는 그런 기계 말이야. 그런 기계 발명하면 대박날건데 그쟈" "아이 그런 기계를 말라꼬 사요. 해 주기 싫으면 안 하면 되지 기계까지 말라꼬 사서 여편네 몸 만져 줄까." "그렇지? 참, 내가 생각해도 바보여. 이것도 어째보면 노동인데 힘들게 날이면 날마다 이러고 사는지... 정말, 내가 다른 거는 풍족하게 못해 줘도 이런 거는 얼마든지 해 줄 수가 있어 히히"
등때기 밑에 핫백은 뜨끈뜨끈하게 대 놓았지,자전거를 타제끼니 마찰열은 생기지 더워죽겠다. 안그래도 갱년기가 오니 갑자기 열이 치받쳐 가슴이 답답해지는데 고만 가마히 좀 나두면 아침 잠이나 솔찮히 포옥 잘낀데 이녀르꺼 그 꼴을 못 본다. 이불을 화악 걷어차며 덥다고 했더니, "여편네가 동삼을 지 혼자 삶아 먹었나 ,,춥구만도....."하며 이불을 꺼 땡겨서 덮어준다 아이고 미치것네. 그러더니 결정적인 말을 날린다.
"나는 다시 살아도 상순이하고 살꼬야"
으헉@@@@@@ㅡ.ㅡ;;;;
얼마나 놀랬으면 잠이 싹 달아나고 내가 벌떡 일어났겠는가. 스방은 내가 감동 묵어서 일어난 줄 알겠지. 정신을 차린 내가 겨우 내뱉은 말 한 마디..."맨날 못났다하면서 다음에는 더 잘 난 사람 만나서 살지 왜요(나는 벨로 살고 싶은 맘 없구만 ㅎㅎㅎ)"
"너무 잘 나도 버겁어...쪼매 모질란 듯 한 그런 사람이 좋지.."
이런 제길룡, 내가 암만봐도 잘났다고 백날 지끼봐야 소용없다. 저 봐라, 서방이 날 보고 뭐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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