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길에 바람이 불고 추웠다
놀고 먹으며 아침 운동이나 실실 하는 여편네에게 고스방은 늘 부러운 눈길을 보낸다
어쩌다 내가 길 우에 있는 걸 차를 몰고 가다가 발견하면 꼭 전화를 걸어서 가벼운 농담을 건다
"어허, 누구누구는 팔자도 좋을시고, 머슴은 밥만 먹으면 그녀르꺼 돈 번다고 밥 알이 목구멍을 넘어가기도 전에 일하러 나오는데..."
농담이 실쩌기 부담으로 오지만 내색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오늘 저녁에는 발을 씻어 주어야지 생각했었다
저렇게 조선소나무 구부러지듯 휜 마음을 따뜻한 마음씀씀히로 바꿀려면 정성 밖에 달리 방법이 없으리라
한 보름 한결같은 마음으로 발을 닦아주면 그의 마음도 변하겠지..
저녁을 먹고 막차 손님을 보러 나갔다가 한 탕도 뛰지 못하고 들어왔다며 고스방은 한 손에 사과를 들고 들어 온다.
저 사과 다 먹고 나면 물을 떠와야지..이렇게 벼르고 있는데 사과 반쪽을 어지간히 먹은 고스방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오늘은 쪼뱅이 감기가 어지간한거 같은데 발이나 좀 씻어 주지, 아니면 발 씻게 물이나 좀 받아서 가지고 와"
무섭다.
아침에 내가 작심을 하고 하고져 한 일을 스방놈은 벌써 본능적으로 눈치를 채고 있으니.
설령 몰랐다 하더라도, 여태 발 닦아 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소스라칠 일인가
아니아니아니아니..
내가 오랜만에 차카게 살자 작심한 것이 파장으로 넘실넘실 넘어가 그의 심정에 닿았던가..
하여간 모르겠다
사람의 마음이 다음 칸으로 넘어 갈 때는 이렇게 몹쓸 감동을 남기기도 하는군하~
'막걸리도 안 먹는 고스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술값 애껴... (0) | 2009.06.22 |
---|---|
멧돼지 장갑 (0) | 2008.12.04 |
고스방의 아침 일기 (0) | 2008.02.05 |
잔소리잔소리 잔소리. (0) | 2008.02.02 |
모텔 샤르망 엿보기 (0) | 2008.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