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고스방이 회사 영업용 택시를 할 때는 한 달 입금액 채운다고 정말 허덕허덕하였다
근데 아버님 개인택시를 받고는 마음적으로 조금 여유가 있어졌다.
식구들 밑구멍으로 들어가는 경비야 줄어들기는 커녕 다달이 규모가 늘어가고 있슴에도
어제는 아이들에게 삼만원, 이만원의 용돈을 주었고, 눈치를 보니 내 용돈은 없는거 같아 단념을 하고 그냥 입을 삐죽 내밀며 <나도 용돈 한 번 받아 봤으면 원이 없겠네.>며 농담 반 이야기했더니, 야호! 나한테도 용돈을 준다. 이 얼마만에 받아 보는 월급 이외의 돈이냐.
하도 눈물이 나게 고마와서 지갑 속에 넣지 않고 따로 이장 수첩 뒤에다 가지런히 키 맞춰 꽂아 두었다.
액수야 어떻다 치더라도 나는 여태 살면서 고스방한테 용돈을 한 번도 주지 않았다. 결단코.
그런 내게 용돈을 다 주다니? 감격이 넘치다 못해 홍수를 이룬다.
그래서 오늘 이 돈으로 서울가는 차비해서 박재동 화가의 손바닥 그림전을 보러 갈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어렵게 마음써서 준 돈을 그렇게 홀랑(나는 그게 참 가치있게 쓰는 것이라 생각을 하지만) 쓰면 고스방이 또 다음에 안 줄까바...진드거니 수첩 뒤에 꽂아 두기로 했다. 술 안 마시는 고스방, 그 돈을 애껴 예전에는 생활비에 보탰지만, 이젠 처자식 용돈으로 흔쾌히 건네주는 기쁨을 체득하고 있다.
내가 돈을 받아서가 아니라...고스방은 점점 멋있어지고 있다ㅋㅋ
(에라이 속 보이는 여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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