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도 안 먹는 고스방

한 여름밤의 심야영화

황금횃대 2009. 8. 16. 21:10

어제 여덟시 반 기차 손님을 보고 고스방이 저녁 먹으러 들어 왔는데, 우리집 살살이봉 병조자슥이 지나가는 말로, "아빠 해운대 영화보러 안 갈래요? 우리반 애들은 다 보고 와서 영화 이야기하는데 나는 이야기에 끼이지도 못하고 그래" 우리의 <얇은귀 고스방>이 그 말을 듣고는 행여 자슥놈이 제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소외가 되는가 싶어 마음이 저으기 으슥하였나보다 "그래, 아홉시 기차 손님 보고 보러 가자" 한다.

 

별 기대도 없이 낚시를 던졌는데 아빠가 떡밥을 덥썩 잡숴주시니 아들놈은 신이 났다. 모자를 쓰네 옷을 입네, 빨아서 뽀얗게 말려 놓은 흰운동화를 신네..하면서 들떠 움직이는데 나는 가방끈을 재단하면서 벨루 가고 싶은 마음이 일지 않는다. 우선 열 한시 심야영화라는데 그 피곤함이 고만 눈가로 확 몰려 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김천가서 디 워를 보고는 영화관이라고는 가족끼리 한 번도 안 갔으니 한 이년 넘었나? 그런데 어제는 우짠 일로 쉽게 가자는 승낙이 떨어졌다.

 

내가 옷도 안 갈아 입고 그냥 입고 있던 몸빼바지에 낡은 티셔츠로 일어나니 아들은 또 성화다. 제발 윗옷만이라도 갈아입고 가자고. 깜깜밤중에 차 타고 갔다가 차 타고 올 거인데 옷은 무신 옷을 갈아 입느냐고 깐죽거렸더니 동당동당 발을 구른다. 할 수 없이 위에 티셔츠만 갈아 입고는 요즘 유행하는 고무슬리퍼를 신고 나갔다.

 

김천 영화관에 도착하니 영화 시작하기 이십분전이라. 극장 앞 큰도로에는 차들이 양편으로 쭈욱 주차가 되어 있다. 도시에 차를 주차해 놓고 어딜 가 본 적이 별로 없는 고스방은 길 가에 차를 세워 놓고는 불안해한다. 급기야 영화관에 들어와 영화 시작했는데 자동차 문을 안 잠궈 놓은거 같다며 초조해한다.

"아니예요, 우리 전부다 당신이 삑 소리 내며 자동차 문 잠그는 원격조정키 누르는 소리를 들었세요"

나도 들었다하고 아들도 들었다하니 그제서야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심야라서 할인이되나 싶었는데 육천오백원이나 하니 짜드라 할인 되는 것도 없다. 영화비 삼만 오백원에 팝콘 두세트를 사니 만 원, 그러니까 사만 오백원이 들어갔다. 만만찮은 돈이다. 저 돈을 벌려면 땡볕에 부랄이 꿉꿉하도록 앉아서 운전을 해야하는데...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뭐...우리는 고스방 제외하고 모두 철 안 들기로 작정한 고스방의 사랑스런 가족이 아닌가. 걍 밀고 들어갔다.

 

화면 바라보기로보면 왼편 줄에 네 식구가 졸래리 앉았다. 나하고 고스방하고 같이 앉고, 아들과 딸이 그 옆에 앉았다. 우리 애들이 처음 영화관에 와서 영화를 본것은 유딩시절 대구 한일극장 리모델링 하기 전에 투르라이즈를 첨으로 봤다. 촌 애들이 영화관이라고는 첨 와서 젤 앞 자리 공간에 막 뛰어 다녔다. 클클..

그래도 깜깜하다고 입아구리 딱딱 벌리고 울어대꼈으면 돈 내고 들어간 자리에 얼마나 본전생각하며 밖으로 나왔겠냔말이지. 울 얼라들은 그리 촌스럽지 않았나보다. 어둠공포증도 없고.

 

영화가 시작되고 서울 사는 배우들이 부산사투리를 한다고 정신이 없다. 단지 설경구의 엄마역을 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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