쒸우웅~~~~~~~~~~~~~~~~~~~~~~~~~~~~~~~~~~~~~~~~~
잠잠하던 집구석에 시베리아 한랭전선이 형성되었다.
아들놈이 어제 친구들과 대전간다고 하더니 막차를 놓쳤다.
막차에 병조가 온다는 말을 들은 고스방은 막차의 마지막 손님까지 들여다봤지만 아들놈은 없었다
녀석은 제가 막차 놓친 줄도 모르고 친구들이랑 청바지 산다고 지하상가를 휘젓고 다녔다.
나중에 전화하니 10시 반이 막차 아니였어? 하고 묻는다. 사단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고등학교 입학할 때 핸드폰을 신규를 사주었는데 요즘 핸드폰 장사들이 수험생에는 거저 준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니 녀석들이 삼삼 오오 다니다가 너도나도 핸드폰을 교체한 것이다.
멀쩡한 기기를 놨두고 그렇게 기기 변경을 하였는데 막차만 놓치지 않았다면 즈그 아부지가 병조에게 전화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러면 나중에 아바이 잠들었을 때 핸드폰에 저장된 번호만 정정해 놓으면 무난히 넘어 갈일을 용꼬로 걸려 든것이다 거기다 차를 놓쳤으니 친구 집에서 자고 온다고 하지.
고스방은 노발대발 화가 나서 <시험도 조또 못 친게 핸드폰 바꿀 정신이 어딧냐>며 씨팔조팔 욕을 한다
내가 한 마디 거든다는게 되려 기름을 붓는 꼴이 되어서 화살의 방향이 내 심장으로 날아온다.
눈 앞에 있었으면 아주 작살이 났을 것인데 다행히(?) 눈에 안 보여서 목숨은 건졌다.
아들은 아직도 세상에서 아버지가 젤 무섭다.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
세 살인가 네 살인가 그 때 장난감 가게 앞에서 칭얼거리다 즈그 아부지한테 오지게 혼나고는 아들은 아버지보고 뭘 사달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았다. 그건 딸도 마찬가지. 아버지는 무섭기가 하늘을 찌르고 화가 났을 때는 아버지 얼굴을 바로 쳐다 보지도 못한다.
열 두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는데 내가 그 상황을 설명하려 하니 단번에 니가 자슥놈들을 그 따우로 키워놨다는 말이 나온다. 그게 왜 내 책임만 있냐고 한 마디 하려다 고만 입을 닫는다. 안 통할 때 억지로 송곳으로 통하는 구멍 만들어보겠다고 쑤셔대면 서로에게 빵꾸만 나고 상처만 생긴다. 그냥 <지붕뚫고 하이킥>에 빵꾸똥꾸야! 하고 고함 지르는 해리를 생각하며 슬그머니 뒤돌아 앉는다.
곧바로 잠이 든 고스방..나는 거의 날밤을 새운다. 아침에 일어나니 입 안이 까칠하다. 뭔가 이제는 좀 유연해졌나 싶다가도 이런 일이 생기만 시베리아 기단을 단번에 끌어다 집구석에 한랭전선을 쳐대는 고스방.
어데 기상청에 빈자리 하나 없나? 쩝.
동네 시사가 낼모레로 다가왔다. 옛날 옛적에 후손이 없는 동네 사람들이 땅을 내 놓아서 그 땅을 이장이 경작하고 나온 소출물로 일 년에 한 번 시사를 지낸다. 그 땅이 비록 도로확장 사업에 포함되는 바람에 농사를 지을 수는 없지만 실농 보상비로 이장이 제사를 지내야한다.
그 일로 오토바이 타고 장을 보러 가다가 커브길에서 잔돌멩이에 바퀴가 미끄러져 청바지가 빵구가 나도록 무르팍을 갈아부쳤다. 양 무릎에 비슷한 크기의 상처가 생기고 피멍이 들었다.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우는데 왈칵 비애가 솟구친다. 제엔장..집에 와서 장 본것 내려놓고 후시딘을 무르팍에 발라준다. 종일 마음에 걱정이 가득하니 하루일이 제대로 돌아갈리가 있겠는가 결국 오늘도 한 껀 사뿐하게 올려주는 상순여사.
네시가 넘어서 병조가 돌아왔다. 어찌나 춥고 덜덜 떨리던지 홍차 한 잔 타마시고 이불 덮고 누웠으니 놈이 들어온다. 얼굴에 걱정이 태산이다. 어제밤 즈그 아부지가 그렇게 길길이 날뛴 사실을 즈그 누나와 통화를 하면서 알았으니 사색이지.
5시쯤 저녁 먹을 때도 안 됐는데 고스방 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듣긴다. 얼른 아들놈 방에가서 아빠에게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라고 이르고는 부엌으로 들어가 콩나물을 씻는다. 똥 누고 나온 고스방 곧바로 아들놈 방에 들어가더니 문을 탁, 닫는다. 그러고는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으이고..나이 오십이 넘으면 나무라는 것도 요령껏 해야할 것인데...쩝. 아무리 소리가 바깥으로 새나와도 나는 모르는 척 내방에 가서 책을 펴든다.
최종규씨의 헌책방 순례기..
옛날 츠자적에 대구 동인동 헌 책방을 나도 얼마나 들락거렸던가.
오늘 같이 살 줄 내 미리 알았다면 시집갈 생각 이런거 안하고 나도 저이처럼 헌책방 다닌 이야기를 글로 쓰고 그렇게 좀 자유롭게 살았을까..사람의 일이란.
한 동안 우리집은 보일러를 오래 켜 두어도 썰렁하게 생겼다. 에잉...퍼뜩 동네 시사 지내고 정보선도자 연수길에나 올라야지. 집 떠나면 집걱정은 깡그리 삽짝걸에 놓아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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