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도 안 먹는 고스방

오랜만에 고스방 이야기

황금횃대 2010. 1. 20. 19:49

오늘 밤은 매곡 작은 집에 제사가 든 날이다.

해마다 일찌감치 매곡 작은집으로 건너가 부침개를 굽고 하였는데

어째 내 몸이 곤하다보니 선뜻 재바르게 몸이 움직이질 못했다.

결국 고스방 점심 먹으로 와서야 빗방울 부슬부슬 떨어지는 곳을

차를 타고 가는데 대문 나서자 고스방이 자기편 문짝에 있는 작은

수납공간에 손을 넣고는 뭘 빼내려 용을 쓰는 것이다.

"뭐 낼라꼬 그라는데요?  잘 안 나오면 차를 세와놓구 빼든지.."

기어이 손가락을 곧추세워 떨거덕거리며 뭘 빼는데 보니까 요구르트다.

한개 백원이나 백오십원쯤 하는. 그러니까 이 요구르트는 가스 충전소에서

충전할 동안 주인 아저씨가 기사한테 서비스로 주는 그거다.

 

이걸 내게 건내 주면서 날 보고 먹으란다.

"아이고, 이걸 뭘 당신 마시지 내한테 줄라고 남겨놔요 그자리에서 마시지"하면서

은박 뚜껑을 딸라는 순간,

"히히, 그거 낼 모레 결혼 기념일 선물이야"

허걱, 아차 싶어서 얼른 받았다는 촉감조차 기억이 안나게 요구르트를

사이드바 밑에 놓았다. 그랬더니

"이미 받았는데 놓았다고 그게 물려지남? 히히"

아니? 이렇게 은근슬쩍 구랭이 담넘어 가듯이 갈라구? 속으로 생각했지만

또 어쩌겠는가. 구구절절 고스방의 장단은 이어진다.

 

안아 주는 것도 미리 땡겨서 엇저녁밤에 안아 줬지, 차는 오늘 이렇게 태워줬지

귤도 한 박스 사줬지..

 

나는 기회를 놏지지 않는다.

"좋아요 좋아. 내 그걸로 다아..받았다고 치죠. 고마와요. 거기에 딱 하나만 더해 주면 되요"

22일 하루 휴가나 좀 주세요. 딱 하루 어데가서 놀다 올게..

아무것도 안 해줘도 좋으니 휴가 하루만 주세요.

 

운은 띄워놓았고... 오늘 밤 마무리만 하면 되는데 ㅎㅎ

'막걸리도 안 먹는 고스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급충전과 무릎  (0) 2011.06.17
오메, 그것도 저축성이였어? (19+)  (0) 2010.03.08
시베리아 한랭전선  (0) 2009.11.24
한 여름밤의 심야영화  (0) 2009.08.16
술값 애껴...  (0) 2009.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