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매곡 작은 집에 제사가 든 날이다.
해마다 일찌감치 매곡 작은집으로 건너가 부침개를 굽고 하였는데
어째 내 몸이 곤하다보니 선뜻 재바르게 몸이 움직이질 못했다.
결국 고스방 점심 먹으로 와서야 빗방울 부슬부슬 떨어지는 곳을
차를 타고 가는데 대문 나서자 고스방이 자기편 문짝에 있는 작은
수납공간에 손을 넣고는 뭘 빼내려 용을 쓰는 것이다.
"뭐 낼라꼬 그라는데요? 잘 안 나오면 차를 세와놓구 빼든지.."
기어이 손가락을 곧추세워 떨거덕거리며 뭘 빼는데 보니까 요구르트다.
한개 백원이나 백오십원쯤 하는. 그러니까 이 요구르트는 가스 충전소에서
충전할 동안 주인 아저씨가 기사한테 서비스로 주는 그거다.
이걸 내게 건내 주면서 날 보고 먹으란다.
"아이고, 이걸 뭘 당신 마시지 내한테 줄라고 남겨놔요 그자리에서 마시지"하면서
은박 뚜껑을 딸라는 순간,
"히히, 그거 낼 모레 결혼 기념일 선물이야"
허걱, 아차 싶어서 얼른 받았다는 촉감조차 기억이 안나게 요구르트를
사이드바 밑에 놓았다. 그랬더니
"이미 받았는데 놓았다고 그게 물려지남? 히히"
아니? 이렇게 은근슬쩍 구랭이 담넘어 가듯이 갈라구? 속으로 생각했지만
또 어쩌겠는가. 구구절절 고스방의 장단은 이어진다.
안아 주는 것도 미리 땡겨서 엇저녁밤에 안아 줬지, 차는 오늘 이렇게 태워줬지
귤도 한 박스 사줬지..
나는 기회를 놏지지 않는다.
"좋아요 좋아. 내 그걸로 다아..받았다고 치죠. 고마와요. 거기에 딱 하나만 더해 주면 되요"
22일 하루 휴가나 좀 주세요. 딱 하루 어데가서 놀다 올게..
아무것도 안 해줘도 좋으니 휴가 하루만 주세요.
운은 띄워놓았고... 오늘 밤 마무리만 하면 되는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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