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첫날 밤

황금횃대 2005. 2. 28. 18:57
이틀 전, 아이들은 지들 외갓집으로 가고 지금 우리집은 시부모님과 우리 내외 딱 네 사람만
산다. 매일 여섯식구가 북적거리다가 둘이 어디가고 나니 집구석이 절간 같다.
잠자는 것도 널찍한 아이들방을 점령해서 우리 부부가 자는데, 우리방은 밤에 불끄면 깜깜한데 아이들 방은 달빛이 훤하니 들어와서 불을 꺼도 이것저것 선명하지는 않지만 사물의 윤곽과 대강의 표정들도 잡힌다.

아이들이 가고 난 첫날 밤,
아이들 방에 있는 티비를 보다가 고스방이 내가 깔아 놓은 요대기로 스며들면서 하는 말이
꼭 신혼 같다 그쟈. 하고 킬킬 웃는다.
아이고, 이 양반이 한 밤중에 날아가는 새의 잠지를 보았나 와 이래 웃어쌌노
그 말을 해 놓고도 좀 부끄러웠던 스방이 내가 하는 말에 떠억 하니 쳐다보면서
이노무 여편네는 하여간 무드라고는 없서...하면 신라장 이야기를 들먹거린다.

신라장이야기가 뭐냐면,
선보고 결혼할라고 두 사람이 맘을 묵고는 양가 부모님 만나야지 어째야지 하는 이야기 오가고 있는 중에 고스방 일가 중에 한 집에 잔치가 대구 에서 있었다. 예식장을 황간 촌사람들이 찾을 수가 없으니 내가 슬쩍 인사겸 예식장 길 안내를 맡아 예식장 일이 끝나고 부모님들은 역에 와서 황간으로 가는 기차를 태워 드리고 우리는 그냥 부산에 데이트나 하러 간다고 갔다.
거기서 해운대로 델고 가 촌놈 총각을 한 때 내가 놀던 물, 해운대 바다도 구경 시켜주고 갈비도 먹고, 돌아 댕기다가 해가 저물었는데, 그냥 둘이서 돌아 가기가 싫어서 양쪽 집에다 자고 간다고 전화를 해 놓고는 찾아 들어간 신라장!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서 뭐 앉아 놀다가 결혼할라고 맘 먹은 츠자 총각이 잘 밤에는 보나마나 뭔 짓을 하것어.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고 얼마 있지 않아서 결혼을 했는데..


이부자리 속에 들어와 여편네 다리 우에 자기 다리를 처억 걸쳐 놓으면서 하는 스방 말좀 들어보아.

"쪼뱅아, 내가 그 때 너 똑 따먹고 결혼은 내 몰라라 했으면 어떡할 뻔 했어?"
<이런 말 나오면 짱구 엄청 굴려야 한다>

어떡하기는 당신 집 아는데 동네 마당 한가운데서 대성 통곡을 하면서 날 채금지라 괌 질렀겠지.

"허기사 이 여편네는 챙피한 줄도 모르고 그러고도 남을겨"

그러고는 더 이야기가 길어지기 전에 슬쩍 말머리를 돌려야한다.

내가 그 날 숫총각 고스방을 그 여관방에서 자빨트린 이유는 하늘만 안다...으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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