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딸 올해 고등학교 갔다
중학교까지 공짜로 갈채다가 고등학교 가니 수업료내라 운영비내라 책값내라 육성회비내라
입학금이 삼십여만원 들어간다.
입학금 고지서가 발부 되었을 때 우리는 입학식 전날 까지만 내면 되는 줄 알고 태무심하고
지내다가 학교에서 애 학교 안보낼거냐고. 오늘이 마감일인데..하면서 전화가 열나게 왔다
고스방 전화를 받고는 태만방만한
여편네라고 눙깔을 부라리고 입학금을 갖다 냈는데
그것이 전화 위복이 될 줄이야.
입학하고 여러 가정 조사가 있었는데
우리집이 극빈자로 선정되어서 학비 이하 제반 경비
감면 혜택자로 울 딸이 학급의 4명중 한 명이 되었단다. 아마 입학금 마련을 못해서
그렇게
늦게 납입을 한 줄 아는 모양이다.
보리숭년에 이무슨 굴러 온 호박이냐고...ㅎㅎㅎ 감면 신청서를 쓰는데 갑자기
쓸쓸해졌다.
내 중학교 다닐 때, 진짜 우리집 가난해서 수업료 면제 받느라고 내가 동사무소로 댕기면서
서류 떼다가 혼자
교무실에 헐레벌떡 갖다 주던 기억이 났던 것이다.
그 때는 학비 감면 받는 것도 얼매나 까탈시럽게 하던지...봄날 따땃한 땡볕 밑을
쏘다니며
다른 애들은 학교 에서 공부하는데 혼자 타박타박 동네 길을 걸어서 발럼도 어려운 서류들을
뗀다고 다닐라 해봐라 얼마나 그게 삶의 자잘한 비애인지....
그에 비하면 울 딸은 입학금 젤 늦게 낸 까닭으로
졸지에 극빈자로 선정되어서 입학 축하한다고
마련해 준 오십만원짜리 폰으로 문자 날려서 간단하게 하고 만다
"엄마, 담탱이가
학비감면 신청 하래. 서류에 응응 하고 의료보험액은 적지 말구. 아랐찌"
나는 또 학비 환급금을 스방 몰래 띵가묵을라고
사인도 내걸루 하고 학부모 이름도 내 이름 적고
환급금 통장 번호도 내 통장을 버젓이 올려놨것다.
내 핸드폰 액정에는
움직이는 글자로 이런 문구가 떠 다닌다
---사악한 상순이 +_+ ---
괜히 저런말이 떠 돌겠는가..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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