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은 일찌감치 회관으로 십원짜리 동전을 챙겨서 호주머니 쩔거덕, 소릴 내며 가셨다
오늘 동네 회관 메뉴는 달래무침에 된장찌개, 그리고 두부지져서 한 숟갈 드신단다
아버님과 나만 남았다.
국도 마땅찮고... 그래서 바지락 수제비에 도전한다.
도전 한 판! 바지락 수제비 짜잔...
뒤안 사철 나무 아래는 췻덩이 이쁘게 솟았다.
매년 개체수를 늘려 간다
칼을 가지고 가서 흙 하나 안 묻게 귀신같이 도려온다
오래된 앵두나무에는 앵두꽃이 허벌나게 피었다.
얼마나 짜개지게 앵두가 달릴려고 저렇게 많은 꽃들을 매달았나
오월,
농활 오면 모두 뒤안에 달려가 팔띠기 긁혀가면서 앵두 딴다고 난리겠지.
지난 해 앵두는 농활이 없어 고스란히 어머님 차지가 되었다
술을 담궈놓고 요즘 아버님과 한 잔씩 하신다.
붉은 빛깔이 목욕하고 나온 애기 볼처럼 이쁘다.
췻덩을 씻어서는 날아다니는 향까지 싸잡아 먹을 양으로 멸치 다시물 끓일 동안 밥통에서
밥을 댓숟가락 퍼온다.
쌈장을 내놓고는 췻잎 몇장 동개서 밥을 올려 쌈을 싼다
아웅~~ 입안으로 밀어 넣는 취나물 아가씨의 향긋한 맛.
톡,톡 부러지는 소릴 내며 밥과 취나물 향이 입 안에서 어우러진다.
둘이 어우러져 한 바탕 신음소리 나게 몸 섞는 사이 나는 수제비에 들어갈 거리를 장만한다
감자, 호박, 당근, 파..마늘 찧고.
넘긴다는 의식도 없이 한 보쌈은 목구멍으로 스리슬쩍 넘어 가고
내 손에는 어느 새 또 한 보쌈 싸여져 밥 알이 도망 갈새라 오그려쥐고 있다.
췻덩쌈이 꽃잎이 된다.
감자를 다시 물에 밀어 넣고는 빈 공간에 췻덩을 썰어서 놓는다.
이것도 수제비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수제비를 떠 넣고 부글부글 끓을 때 야채와 바지락을 화악 쓸어 넣는다
뜨거운 국물이 튀어 깜짝 놀랬다
뭐 잠깐의 쇼크지만 집구석에서 밥 하다보면 다반사로 있는 일
한 보시기 담아서 아버님 드리고 나도 한 그릇
아까 전에 밥술 쌈 싸서 먹은 것은 까마득히 잊어 먹고는 수제비를 고봉으로 푼다.
금방 꺼내서 먹는 묵은지 김치
손두부 뜨거운 물에 튀겨서 쌈 싸먹어도 좋겠구만.
점심 식사 끝
끄으윽~~~아! 췻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