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날보고 자기가 옵하~ 라고 하는 인물이 있었다.
이 인물은 눈비비고 눈꼽 털어내는 시간을 용하게 알아내고는, 새벽 산길을 걷는다며
굴음이 좋네 빠람소리가 기맥히네 하면서 멧돼지를 보내오기도 하는데
그에게서 받은 멧돼지는 가끔 내 감각을 눈부시게 자극하여 몇 안 되는 단어의 조합을 가지고
에이포 석장 분량의 글을 쓴 적도 있었다, 그 땐 내가 젊었을 때다 ㅋㅋ
이번에 박재동 화백의 책을 보내왔는데 딱 내스퇄의 책이다. 나는 인문학이네 사회학이네 이런
골 때리는 복잡한 책을 싫고 저렇게 한 페이지는 그림이고 한 페이지는 설렁설렁한 문장으로
내 오감과 속에 들어 앉은 속감까지 간질간질 자극해 주는 그런 책이 좋다.
마지막쯤 다 읽어 가니 재동씨는 내게 속삭인다.
"니도 손바닥 그림 좀 그려바바 얼매나 좋은데....'
그래서 책을 다 읽고는 젤 마지막 장에다 연필로 "재동씨 땡큐!!"라고 써 두었다
재동씨의 고향이 울산인 것도 마음에 든다.
울산은 내가 츠자적 어느 날, 깝깝한 사무실에 앉아 청춘의 피를 엿질금 끼얹어 삭히고 있을 때
외상값 받으러 오세요 하고 숨통 틔워준 회사가 있기도 했다.
고속버스 창문으로 태화강 줄기를 따라 시내로 들어가는 길도 운치가 있고 어음 쪼가리 가방에
넣고선 차 시간 기다리며 대합실에서 하드 빨아 먹는 시간도 좋았다.
오늘은 나도
뭘 하나 눈 앞에 딱 놓아두고 손바닥 그림을 그려볼끄나...하고
전에도 한 번 그린 적이 있는데
무좀 연고 찌그러진 몸통을 다시 한 번 그려볼끄나?
찌그러진 그 애를 보고 있으면 은근히 매력적이거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