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전지가시게 가지고 포도알 터진거 띠내고, 박스 접어서 포도일 하고 지역때는 또 그거 뚜끼 덮어서 택배 배송까지 하고 나면 몸이 후리지근해. 포도알을 깔고 앉았는지, 밟았는지 양말이며 바지 똥궁디는 맨난 축축하고, 거기다 양말바닥을 볼라치면 하루종일 노가다 한 사람의 발바닥은 저리가라여. 새까만게... 그런 양말을 신고는 그냥 부엌에 밥 무러 드가고, 방에도 가고, 여의찮으면 수건 바닥에 떨어진거 지근지근 밟기도 하는데...다아 바쁘고 곤해서 마음이 멀티로 움직이질 않어서 그래.
지금도 내일 보낼 포도 작업을 하다가 괘히 힘이 없어서 하기가 싫어지네. 저녁 먹기 전에 입이 구전해서 콩떡을 쪄서 주워 먹는다는게 자꾸 주워먹어서리.. 원래 떡 같은거 먹으면 소화도 잘 못시키고 그라고 생목 오른다하지, 자꾸 신물이 끼역끼역 올라오는겨. 꺽꺽 거리다가 눈물 고이는 하품만 직살나게 하다가 눈물 딲기도 구찮아서 가시게 집어 덴지고 방으로 들어와서 컴퓨터를 열어보는거라.
손가락이 피곤하니 연필 잡기도 싫구, 택배 전표 주소 쓰는 걸로 하루 글쓰기는 끝이요, 그러니 내 글씨 실력이 늘겠는가 쪼그라들겠는가.
낮에 한참 일하는데 금산 신부님이 편지를 보내왔네. 구구절절 신부님말씀이라..
이 신부님은 나와 동갑인데 그 인연이 참 오래가네. 간이네 쓸개네 빼줄 듯이 자지러지지 않아도 뭉긋이 끓인 곰탕처럼 참 좋아. 내가 힘이 들때 한 번씩 보내오는 편지는 마치 어느 산 속에서 수도중인다가 탁`하고 깨달은 바를 내게 써서 보내 주는 것 같은 느낌이지.
오늘은 잘 아는 어린왕자에서 여우와 장미 이야기를 써 주셨네. 어렴풋이 알고 있는 이야기라도 신부님이 새로 각색을 해서 꾹꾹 글씨를 눌러써 편지로 보내주시니 더욱 머리에 쏙쏙 들어오고 가슴이 따뜻해져.
편지를 받으면 이래서 좋구나..하고.
포도 작업도 다음 주 쯤이면 끝이 나려나.. 올해는 전년도에 비해 노동의 강도가 월등히 약한데도 불구하고 서성이는 가족이나 그 가족을 위해 준비해야하는 것들은 맹 예전 그대로야. 그래도 하느님이 보우하사 비가 오지 않아 포도가 터지지를 않았으니 무조건 고마운 일이재.
실실 눈이 감긴다, 얼굴에 때꾸정물이나 좀 씨이 내고 자야지. 고스방은 막차 손님 받으러 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