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회에서 올해 사랑의 연탄나누기 행사가 있었다
하루 죙일 해야하니 아침 열시에 집 나가기 전에 점심까지 준비해 놓고 나갈려니 공연히 마음이 바쁘다
당연히 냉장고에 반찬 집어 넣다가 콩장 그륵이 냉장고 선반에 부딪쳐 냉장고 문짝과 정첩, 그리고 젤 아래쪽 문턱까지 콩장 황칠을 하였다. 역시나 한 껀 터트려주는 상순여사.
면사무소로 가니 자치위원들 말고도 벨리댄스 프로그램 엄마들이 거들어 주겠다고 나왔다.
참 이쁜 마음들이지.
연탄 삼천장을 10가구에 나누어 주었다.
연탄 창고까지 일렬로 지그재그로 서서는 손에 손에 연탄을 옮겨가며 날랐다.
나르면서 모두들 제 먹고 사는 일에 대한 이야기는 접고 연탄 이야기만 했다.
"연탄 이것도 하루에 1000장쯤 배달하믄 일당 나올래나?"
"아이구, 이거 천장 배달할라믄 애묵을걸요"
"그래봤자 연탄 때는 시기가 서너달 밖에 더 돼?"
"옛날에 나는 불탄 장사도 해봤지"
"새끼줄 끝에 매듭 묶어서는 연탄 구멍에 끼워 한 장 사들고 올 때의 심정이란...거 말로 못해요"
"겨울에 쌀 한 가마니 사서 뒤주에 부어놓고 연탄 오백장 정도 들여 놓으면 마음 속이 훈훈해 얼마나 든든하던지.."
그렇게만 해도 든든하고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살림 살이보다 지금은 훨씬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지만 늘 사람들은 힘들고 만족이 없다. 만족이 없으니 행복을 찾을 수가 있나.
이렇게 묻고 대답하고 자신의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열 가구 배달을 끝내고 삼겹살에 소주 한 잔하고 집으로 왔다.
저녁 차리고 치우고 집구석 이곳저곳을 부지런을 밟고 댕기다가 아이들하고 방에 들어와서는 양말을 벗고 다리를 쭉 뻗어 장롱에 사십오도 각도로 걸쳤는데...으잉?
여름 운동화를 오늘만 신고 빨아 넣어야지 하고 신고 갔더랬는데 매쉬로 처리된 부분으로 연탄가루가 침투해서 발이 새까만 깜둥쪽재비 발이 되었다.
상민이가 기겁을 하고 빵 터지더니 내가 안경을 쓰고 발을 확인하니 어머낫...!!
하루 움직인 가루가 발가락 사이에 자석 옆에 쇳가루처럼 들러 붙어 있다.
오랜만에 험한 발 구경 함 해보시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