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주 동맹 여편네

2010년 1월 1일

황금횃대 2010. 1. 1. 23:06

새해 첫 날 일기는 잘 써요

나만큼 첫 날 일기 꼬박꼬박 쓰시는 분 있으면 나와보시라구 그래요

솔나리님이 올해도 다이어리와 가계부, 그리고 작은 수첩을 보내주셨어요, 고맙습니다.

촌구석에는 이렇게 가죽느낌 나는 껍데기가 덮힌 다이어리가 얼마나 귀한 줄 몰라요

옛날 츠자적 직장 다닐 때는 코오롱에서 보내 온 다이어리를 썼는데 껍데기가 거기는 비닐느낌이 아니고

천으로 된, 융같은 느낌이였어요. 거기다 금장으로 코오롱 로고가 귀퉁이에 찍혀 있었지요

거기다 깨알깨알 일기쓰던 습관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따로 대학노트 일기장 마련할 필요도 없이 다이어리에다 일기를 씁니다.

처음 보름까지, 아니 이월, 삼월, 사아아아워얼...까지는 그럭저럭 일기를 자주 씁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농사철 시작되면 일기는 징검다리 일기가 되고 더욱 바빠지는 달은 그야말로

보름에 한 번쓰는 일기로 변합니다. 가계부는 매일매일 쓰는데 거기다 짧게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니

장문으로 끌고가야 하는 일기쓰기가 좀 어렵지 않나..하고 나름 분석을 해 봅니다.

 

대천으로 일몰몰이 여행을 갔던 보리껍데기 아덜놈이 귀가를 했습니다. 길어서 땋아도 될만큼 자란 머리카락을 오늘은 감지도 않고 떡진머리 우에 후드모자를 덮어 쓰고 지가 무슨 권투선순양 체육복 입고 들어섭니다. 갈 때보다 더 말라서 왔어요. 문자로는 고기를 먹네 조개구이를 해 먹네 떡국을 끓여 먹었네하고 알려 왔는데, 고만고만한 녀석 열 세명이 한 방에서 잤다니까 알쪼죠. 저녁에 콩나물밥을 해 줬더니 두 그릇을 먹어치웁니다.

 

새해라고 대구 형님 식구도 다녀갔어요. 아즈버님 돌아가시고 힘드신가 얼굴에 살이 좀 내렸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착하고 엄마 생각을 많이 해 주니 그리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형님과 조카가 집으로 돌아가고 아버님은 바로 방으로 들어가서 이부자리에 누우십니다. 평상시는 늘 오랫동안 거실에서 티비를 보시다 들어가시거등요. 내색은 안 하지만 속이 상하시겠지요. 작년까지만 해도 아들하고 같이 왔는데 이젠 그 아들을 어디서도 볼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어제 고스방은 아버님 어머님 털신을 사왔어요. 동네 회관에 어머님 태워 드리러 가니까 회관 문 앞에 털신 몇 켤레가 졸래리 있는걸 봤나봐요. 며느리는 절대 안 하는 일을 아들은 한번만 눈에 띄어도 해드립니다.

요즘 아침 먹을 때면 인간극장 프로그램을 하는데 제목은 <어머니 우리 어머니>인가 그래요.

아들이 백세이신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내용인데 아들의 정성에 비해 며느리의 반응은 그리 환호할 만한게 아닙니다. 설거지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지요 며느리 처지에서.

설거지를 하면서 맹세를 합니다. 내, 늙어서 아들, 딸에게는 효를 이야기해도 며느리, 사위에게는 절대 효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않으리라. 바라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지 않겠는가. 기대의 반대말은 실망이 아니고 원망이니라니라니라..ㅎㅎ

 

올해 저는 안철수 교수의 말을 깊이 새겼어요. 무르팍에 나와서 한 말인데요 자신에게 기회를 주라는 내용이예요. 자기 자신이 무얼 잘 하는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회를 주라는 그런 내용이였어요. 흠...저는 올해 저에게

살 뺄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어요..실천사항을 생각하면, 으~~~ 살이 떨립니다. 그러나 열심히 기회를 주고 독려를 하고 칭찬을 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그 추위 속에서도 완정리 다리까지 갔다왔습니다.

"상순아, 살 뺄 기회가 왔어. 빨리 추위 속으로 걸어가. 칼로리 소모가 엄청날거야!"이럼씨롱.

아침은 밥을 전혀 먹지 않고 양배추에 토마토매실 소스만 얹어서 먹고, 찐 양배추로 배를 채웠습니다. 운동갔다 왔더니 배가 얼마나 고프던지 고구마 쪄서 세 개나 먹었어요. 늦은 밤, 고구마가 다 가스로 환원되었는가 방귀가 연이어 나옵니다. 방독면 하나 사야겠습니다 ㅋㅋ

 

새벽에 황간면에서는 북살미 산말래이에서 해맞이 행사가 있습니다. 작년에 한 번 올라가고 혼이 난 고스방은 아예 갈 생각을 안 합니다. 고스방이 움직여야 내가 산엘 갈 수 있는데 아침밥 때문에 안됩니다. 정월 초하루부터 여편네가 서방 밥도 안 채리주고 ...궁시렁궁시렁..하는 소릴 들어야하기 때문에 아예 나도 포기합니다.

그냥...티비에 떠 오르는 해를 보며 올해 새해맞이를 합니다.

 

삶은 작년에 이어 연속성으로 흘러가지요? 그들은 별다른 구분이 없어요. 그냥 사람들이 편의상 그렇게 해 놓은 것이지..어제의 해와 오늘의 해, 내일의 해가 다를리 있겠습니까 다만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새로운 각오와 꿈이 담겨 있으면 새해라는 것이죠. 아니래요? ㅎㅎ 아님 말구요.

 

하루가 지고 있습니다.

어제 좋은 꿈 못 꾸셨다면 오늘 다시 시도해보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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