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권 목판화 [꽃비]
감나무밭 미나리깡에서 뼘가웃 자란 봄미나리를 뜯어
심심한 미나리 겉절이로 저녁을 먹습니다.
홍성 사는 동무가 보내 준 검정쌀 한 오큼 넣고 지은 밥을
햇고추장 떠옇고, 집된장 간간하게 끓여서 오지게 한 양푼 비벼 먹습니다.
바람이 불고
어제는 먼 동네에서 눈 내렸다는 소문도 추풍재를 넘어 왔습니다만,
다들 앞섶을 여미고 바람 들판으로 경운기를 끌고 나갔습니다.
꽃들이 피는 둥 마는 둥 올해 농사가 걱정이라며
봄볕 같지도 않은 봄볕에 그을린 얼굴 주름 사이에
잔주름 하나를 더 밀어 넣습니다.
옛날 박재란은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라고 노래를 했는데
올해는 진달래 향기도 날똥말똥,
도대체 보리는 패기나할지..
밀은 익어나줄지..걱정입니다.
그러나 뭐, 우린 부지런히 밭을 갈고
[자연]이 한 번씩 묻는 말에 대답만 할 뿐이지요
"너 씨 뿌릴래 그냥 놀래...?"하고 물으면
냉큼 씨 뿌리면 됩니다. 그 다음은 하늘의 몫이라.
씨 뿌려 놓고 호매이 들고
복숭밭 아래 쪼그리고 앉아 풀 뽑고 있으면
어데서 바람 한 자락 휘몰아쳐
비 처럼 쏟아지는 복숭꽃이나 맞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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