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김장

황금횃대 2013. 12. 5. 11:52

 

그까이꺼 한 팔십포기쯤 담는 김장쯤이야

마음 먹으면 후다닥 해치울 수 있는게 내 능력인데

고스방은 배추 뽑아다놓고 김장 빨리 안 한다고

똥궁디 따라 댕기면서 지청구다

그 꼬라지 보기 싫으면 얼른 해버리면 되는데

나는 또 무슨 천년만년 묵은 고집을 내대로 부리면서

[니, 아무리 그래 봐라 내가 꼼짝하능가.. 다아, 때가 무르익어야 하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듯

차일피일 미루며 고스방 인상만 더럽게 만들고 있다. 그러다

 

마침 짬이 났다.

짬이 났다함은 내가 김장 그까잇꺼를 하겠다는 결심이 섰다는 것이다.

뭐..대애충 소금 푸대 배추더미 옆에 부티리놓고

배추 짜개고, 소금 풀은 물에 덤벙 적셔서는 대충 켜켜로 소금 팍팍 뿌려서

고무다라이에 차곡차고 재기만 하면 되는 것.

 

고스방은 배추 절인지 두 시간도 안 되서 밥 먹으러 들어와

배추 숨이 저렇게 안 죽어서야 김치가 되겠냐는둥 어쩌겠냐는둥

소리 한 자락이 늘어져는데

거기 소금 더 뿌리면 그 김장 다 먹은 줄 알어욧!하며

남성호르몬이 팍팍 묻어나오는 소리로 일갈했더니 깨갱`하더만.

 

아침에 일어나니 너무 잘 절여졌잖에?

고스방은 디비야되네 어쩌네 해싸도

됐다 고만~~

 

씻어서 채반에 똥그랗게 돌려 놓으며 물 싸악 빠지는 동안

어제 버무려놓은 양념에 야채나 넣구

일 도와주러 온 내친구 미홍이랑 척척 치대서 넣으면 김장 끝

 

돼지고기 수육으로 입아구리가 터져나가게 쌈 싸서 점심 먹고

그러면 되는 것을 뭔....

 

 

인상이 왜 저리냐구?

암만해도 혼자 꾸무작거리면 허리 아프고 그러니까 그라재에....ㅎㅎㅎㅎ

 

 

 

'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동안..........  (0) 2014.09.17
으음, 어데로 가는 걸까...  (0) 2014.08.17
님께서 드시고 싶다면야...  (0) 2011.08.05
퍼뜩 마무리 하자  (0) 2011.04.23
故 시어머니와 대가리 1.  (0) 2011.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