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으음, 어데로 가는 걸까...

황금횃대 2014. 8. 17. 14:09

 

 

 

꽃잎 속에 달려 있는 작은 이슬 방울들

빗줄기 이들을 데려와서 으음 어데로 데려가나

바람아 네가 알고 있나 비야 네가 알고 있나

무엇이 이 숲 속에서 으음 이들을 데려갈까...

 

영동병원 투석실 팀장이 전화를 했다

아버님 지팡이가 미끄러워 병원 바닥에서 넘어질 뻔 하셨다구

고서방한테 말했더니 바로 나무 지팡이를 사가지고 왔다

지팡이는 아들이 사는 거 아니라고 지장사 스님이 대신 돈을 지불하고 사시는 걸로 하고

고스방은 대신에 스님에게 백세카레를 비슷한 비용으로 사 드렸단다. 어찌 되었건 그건 쌍방 윈윈이다.

 

아버님 투석 시작한지 일년 이 개월이 조금 넘었다. 새벽에 일어나 씻고 아침 드시고 당주사 맞으시고  이틀에 한 번 병원으로

투석하러 가시는 일은 한번도 거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칼날 같이 일어나 준비하시던 아버님이 요즘은 자주 늦어진다.

내가 깨우러 갈 때까지 주무시고 있기도 하고, 또 병원 가는 날을 자꾸 잊어 먹는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날짜 감각이 없어 졌다는 것.

 

이틀 전 보건소 가서 폐렴 예방주사를 맞고는 혹시나 박시나 싶어 치매 예비 검사를 했는데

상태가 생각보다 매우 나쁘게 나왔다.

아버님은 조금 전에 들어온 보건소 건물이 일층이였슴에도 물구하고 층을 분간하지 못하고, 오기 전에 분명 보건소에 가서 폐렴 예방 주사를

맞는다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당신이 앉은 자리가 보건소임을 알지 못했다

젤 심한게 날짜를 모르신다는것, 계절도 봄과 여름의 경계쯤이라고 말씀하신다.

아버님 상태에 대해서 백지와 같았던 고스방은 충격이 크다.

 

오늘도 아버님은 벌써 세번째 오늘이 며칠이냐고, 요일은 무슨 요일이냐고 물으신다.

보건소 검사를 받고는 아버님도 눈치를 채신 듯하다. 기억하기 위해서 화장실 갔다 나오면서 또 묻고

부엌을 들락거리는 나와 눈이 마주치면 또 날짜를 물어 보신다.

 

옛날 옛적, 열아홉에 일본 사람들과 운전면허 따러 가던 날, 같이 간 사람들의 이름이며 수험번호까지 기억해내 그 때 상황을 친정아부지에게

이야기해 주셨는데 이젠 그런 것도 다 잊으신듯 하다.

 

사물을 바라보는 눈빛은 자꾸 아득해지고, 말동무 없는 공간에서 혼자 물고기처럼 유영하듯 움직이는 아버님.

아버님 지팡이에 매직으로 커다랗게 주소를 쓰고 이름을 쓴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혹시라도...

 

오는 길과 가는 길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 사람이라지만,  우리는 자주 그 사실을 잊고 가끔은  어디로 흘러 가야는건지에

빗방울과 이슬보다도 더 방법을 모를 때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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