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상교 다리 건너 가면 엄마손 분식집이 나오고 그 옆이 진흥상회 집이예요
영감님과 할무이 둘이서 사는데 농기구며 도배 장판지, 개목사리에 개끈, 토종꿀
에 모자며 없는게 없어요. 나는 이 집에서 벌써 몇년째 이 종이를 사고
있어요. 올해부터는 한장에 이백원이 올라 육백원이래요. 이 문종우
사다가 반절을 탁 꺾어 접고는 혓바닥을 내밀어 침을 질질 묻혀 가며
혀를 끝에서 끝으로 옮겨가요. 칼로 자르지 않아도 침에 녹은 종이가
두 손으로 살짝 당기면 정확히 2등분이 됩니다. 그것을 또 삼등분해요
마찬가지로 혀를 입 안에서 궁글려 침을 축축하게 묻혀서 그러면
똑같은 종이가 세장 길다랗게 나와요. 그 한 장 한 장을 또 반절로
접어 자르고 자르고 하면 문종이 한 장에 딱 요만한 크기의 편지지가
열두 장 나와요 그걸 비닐 봉투 속에 넣어 놓고 손으로 가볍게 그 쿠션을
느껴 봅니다. 딱 알맞은 한 장의 두께. 살면서 내게 딱 맞는 <안성맞춤>
이란 느낌이 더도덜도 않게 와 닿는게 몇 개나 될까요. 나는 편지지로
쓰는 이 한지 한 장의 크기와 두께가 그렇게 마음 흡족하게<안성맞춤>일 수
없어요. 들락날락 서방도 <안성맞춤>레테르를 붙여줄라믄 그게
인쇄해서 수 백장 가지고 있는 레테르 딱지라도 한 번에 처억 이마빡에
붙여 주기가 뭣한데....진흥상회 찌그러진 양철 지붕에 사는 노부부는
어찌이리 내 입맛에 딱 맞는 이것을 구해다가 갖다 놓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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