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그 여자

황금횃대 2005. 4. 25. 08:08

 


 

<자운영, 광주사는 박아무개씨 작품>

 

 

 

 

그 여자





생각하면 울컥 한 웅큼의 슬픔이 올라 와


어둠에 홀로 이리처럼 웅크리고 전화기를 든다


몇번의 신호음 끝, 낯선 목소리. 아니예요,


아니예요,아니예요,그 여자 집 아니예요


그리 아니길 잘 하였지 너도 그날 밤 나와 목소리 섞었다면


나도 데이고 너도 데일 뻔했구나


아린 마음들이 뿜어내는 불 같은 언어들을 피할 수 없어


비 맞은 새처럼 가슴 드러내고 울 뻔했구나


너 보믄 나 보는 거 같어


뱉어내도 뱉어내도 배어 나오는 각혈처럼


상처의 언저리에 가슴꽃을 피우고


흐득흐득지는 꽃잎에 애써 무심한 마음 실어


하얀백지에 한 땀 한 땀 수를 놓지


그 무엇도 없었던 것으로 돌아가지 않는


시간의 고리들을 시렁에 걸어 놓고


댕그렁댕그렁 부딪는 풍경으로 그들은 남아서


허공,그 곳으로 비워내는 몸짓

 

 


그러나 기다려보렴


육신의 마디마디 다 부서지고

 

그것,바람에 날리어도


아무도 모르게 가만가만 밀쳐 놓았던 아픔들이


어느 날 겨자씨만한 사리가 될테니


크기조차 잴 수없는 몇 알의 사리 우에


너의 영혼,  두 발 딛고 서 있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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