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 광주사는 박아무개씨 작품>
그 여자
생각하면 울컥 한 웅큼의 슬픔이 올라 와
어둠에 홀로 이리처럼 웅크리고 전화기를 든다
몇번의 신호음 끝, 낯선 목소리. 아니예요,
아니예요,아니예요,그 여자 집 아니예요
그리 아니길 잘 하였지 너도 그날 밤 나와 목소리 섞었다면
나도 데이고 너도 데일 뻔했구나
아린 마음들이 뿜어내는 불 같은 언어들을 피할 수 없어
비 맞은 새처럼 가슴 드러내고 울 뻔했구나
너 보믄 나 보는 거 같어
뱉어내도 뱉어내도 배어 나오는 각혈처럼
상처의 언저리에 가슴꽃을 피우고
흐득흐득지는 꽃잎에 애써 무심한 마음 실어
하얀백지에 한 땀 한 땀 수를 놓지
그 무엇도 없었던 것으로 돌아가지 않는
시간의 고리들을 시렁에 걸어 놓고
댕그렁댕그렁 부딪는 풍경으로 그들은 남아서
허공,그 곳으로 비워내는 몸짓
그러나 기다려보렴
육신의 마디마디 다 부서지고
그것,바람에 날리어도
아무도 모르게 가만가만 밀쳐 놓았던 아픔들이
어느 날 겨자씨만한 사리가 될테니
크기조차 잴 수없는 몇 알의 사리 우에
너의 영혼, 두 발 딛고 서 있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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