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유모차 불법 개조단

황금횃대 2005. 5. 1. 20:42

얼마전 블로그에 어머님이 지팡이 대신에 유모차를 샀다는 이야기를 썼다.

싼게 비지떡이라고 야외 외출용 유모차가 되어놓으니 중량감이 없는 것이다.

어머님이 그래도 지팡이보다 유모차가 조금만 밀면 굴러가니 의지하기가 좋다고 그걸 쓰시는데

아들인 고스방 눈에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몇 날 며칠을 고심을 하고, 점심을 먹고 다시 일을 나갈 때면, 어머님이 계단 아래 세워 둔 유모차를 혼자서 밀며 걸어 보는것이다. 마당에서 유모차 바퀴가 구르는 소리가 돌돌 난다. 그러고는 그걸 세워놓고 어머님이 팔을 걸칠 안전한 장치를 고안해 내느라 하염없이 쳐다보고 앉았다.

 

그러더니 어제는 쇠파이프를 손잡이 사이 간격을 맞춰 끊어와 유모차 개조작업을 한다

플라이어를 가져 오너라, 철사를 갖고 와라, 바이스플라이어를 가져와라 고무바를 찾아와라....하여간 무얼 하나 고치면 자기는 앉아서 연장이며 재료며 찾아오라고 심부름을 시킨다.

 

그래도 한 번 손을 대면 어찌됐던 기어이 그것을 다 끝내기는 하는데 그것을 끝내기까지 <디모도>역활을 하는 나는 고달프기 짝이없다. 어느 구석에 있는지도 모를 연장 찾아대랴, 붙잡으라면 붙잡고 붙이라면 붙이고...불을 비추라면 비추고 한 마디로 <까라면 깔 것이지>역활을 해야하는 것이다.

 

속으로야 열불이 터지지...꼴란 뭐 하나 할라면 여편네를 종놈 부리듯 부리니 그렇다고 잘 못 잡으면 고함소리 터져나오지..오직했으면 내가 옛날 한 밤중에 자동차 라이닝 갈아 끼울 때 후래쉬불 비춰 주고 들어와서는 이런 글을 지었겠는가

 

 

조명 감독

 

 

 

 

 

“야!”

나는 이름도 성도 없는 년이다

그져..야! 한마디에 무르팍이 엎어지게 도착해야 하는 인생이다


오늘도

희꾸무레한 달빛 창 밖에서 누가 날 부른다


야!


소스라치게 놀란 듯 밖으로 나가니

“후레쉬 좀 가져와바”

겨울 밤 귀때기 새파란 바람에 잔뜩 얼린 목소리가 말한다


후레쉬가 어디있나…

맨날 쓰기는 저들이 써도 열라리 찾아 대령해야 한다

구석구석 뒤져서 갖다 바친다


야!

“내가 그거 들 손이 어딧나? 일루 와서 비춰 봐”


녹지 않은 눈이 아직도 마당에 그득하다

맨발의 청춘도 아닌데 갑작시리 끌고 간 신발은 하필이면 앞터진 고무슬리퍼다

홑껍데기 겨우 걸치고 나갔어도 말 한마디 못하고 타이어에 조명발을 힘주어 쏘고 있다

몰래 시린 발가락에도 불을 비춰 발을 따뜻하게 해준다


야!

“어디로 비추는거야…좀 똑바로 몬하나?”


각개, 젖꼭지 같은 나사가 끼득끼득 소릴내면 돌아가고 있다

힘겹게 떠 받치고 있는 쟈키의 신음소리가 금방이라도 풀석 내리 앉을거 같은 불안이다

“어, 어데요?”

이름도 성도 없는 살림 소모품 야!는벌써 목소리를 떨며 바짝 오그라든다 

시린 발가락에 조금만 더 머물렀어도 견딜만한 살림에는 따뜻함이 묻어 있었을 것을…

마녀젖꼭지같이 새파랗게 도금된 나사에 다시 조명발…저 넘은 따뜻할 권리가 있다?


야!

“이거 다 치워”

눈이 다시 온다는 예보 속에 별빛인지 달빛인지에 어룽져 흔들리는 액체가 못을 박아 더욱 싸나와진 바퀴 우에 똑…하고 떨어진다

“불 꺼!”

어둠 속에 야!도 없고, 별도 없고,
그져…눈 빛만 훠언하다

너울뿐인 조명감독



<아버님 저녁 차려 드리고 더 쓸 것임. ㅎㅎㅎ>

 

어제에 이어서...

 

이야기가 고만 반대방향으로 흘렀다.

여튼 이야기하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건 예나지금이나 고쳐지지가 않네.

 

유모차를 마당 가운데 끌어다 놓고 그 눈높이로 무릎앉음으로 앉은 고서방이 별안간 벌떡 일어나더니 아하, 이러면 되겠구나..  방법이 생각나자 일사분란하게 행동을 해서 어머님 팔을 지탱할 수 있는 쇠 파이프를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러고는 두번째, 유모차 앉을자리에 벽돌을 올리는 일.

 

유모차가 가볍다보니 팔에 조금만 힘을 줘도 아이를 태우지 않는 유모차 앞부분이 덜렁 들려버니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벽돌. 지금이라도 없는 아이 하나 배서 떡하니 낳아주면 고스방 입은 귀에 걸리고 좋을건데 그러나 나는 그날로부터 종 쳤는 인생이라 아이 대신 붉은 벽돌을 구해 와 앉을자리에 올려 놓았다.

 

세 개를 얹어서 마당을 한 바퀴 돌던 고스방...이 정도 하면 되겠는데....그러더니 끌고 댕길 어머님 힘의 균형이 제일 중요한지라 방에 계신 어머님을 또 불러 낸다

 

"엄마, 일루 함 나와봐요. 이거 함 끌고 댕기봐바여...무게가 괘안은가"

(나이 오십이 다되도 엄마, 엄마여)

 

벽돌 세 개를 얹은 유모차가 마당을 한 바퀴 다시 돌고 난뒤 어머님이 유모차 손잡이를 뒤로 제쳐보니 쉽게 앞부분 바퀴가 들린다. 또 벽돌 두 개 추가..

 

그제서야 묵지룩한 앞대가리 부속을 장착한 유모차가 안정감있게 굴러간다.

나는 옆에서, "이제 됐네...그죠 어머니."하고 물어 쌌는데 고스방 끈을 하나 구해 오란다

 

다니다가 벽돌이 굴러 떨어져서 유모차 바퀴에 떨어지면 엄마가 잘못해서 넘어진다고 붉은 벽돌 구멍에다 끈을 끼어서 유모차게 단단히 묶는다. 그리고 끈의 끄뜨머리는 라이터로 지져서 끈이 안 풀리게 마감을 한다.

 

'꼼꼼하기는....쩝'

 

하여간 고스방 꼼꼼한건 호가 났으니까  (그 이름난 꼼꼼함은 다음에 또 이야기 하고)

그렇게 마무리를 하고는 벽돌을 당겨보면서, 히~ 웃는다  왜 웃어요? 하고 물으니

"응...이 벽돌 누가 훔쳐갈래도 끈 풀려면 짜증나서 못 훔쳐가겠다"

자신이 생각해도 어지간히 벽돌을 박음질 했구나 싶은갑다.

 

 

이렇듯 고스방은 효자 중에서도 상 효자인데, 지금도 밥상에서 식구가 둘러 앉아 밥을 먹는데 아버님이 두 번 젓가락이 가는 반찬이 있으면 얼른 접시를 아버님 앞으로 갖다 놓는다. 어머님이 뭐 한가지로 입맛 나시게 드시면 그 날 저녁에 고스방의 손에는 그 음식 재료가 물리도록 봉다리 담겨서 온다. 스방이 효자면 고생은 마누라가 한다더니, 만드는 일이 조금 거시기해서 그렇지 나도 잘 먹을 수 있으니 짜다라 지청구는 하지 않는다.

덕분에 내 자슥놈도 제 에비를 닮아 사탕 하나를 먹어도 제 입에 그냥 넣는 법 없이 할머니께 꼭 권해보고 먹는다. 그게 다 어디가겠는가 나중에 반은 제 여편네 한테 쓰더라도 반은 내한테 올것 아닌가...ㅋㅋㅋㅋ

 

 

오늘 아침에도 출근하면서 자기가  불법개조한 유모차를 슥...밀어보고 나가는 순정의 사나이 고스방.   돈 많이 벌어와용~~~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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