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원한 월류봉 풍경>
너무 피곤하면 잠도 안 온다더니, 눈꺼풀은 똑, 무거워죽겠는데 잠이 들지 않는다.
어제는 그 피곤이 오래도록 썩힌 어금니로 와서 영구치 하나를 냅다 뽑아버렸다.
뻐꿈하다. 혓바닥은 종일 새끼를 잃은 어미마냥 이가 빠져 나간 자리를 핥고 있다
혓바닥의 슬픔을 아는가 빠진 이 옆에 여태 붙어 살던 볼살이 수시로 뻐꿈한 자리로
살들을 내밀어 혓바닥에 매끌매끌한 속살을 갖다 대 주고 있다
이를 빼고야 안 사실이지만 그냥 혓바닥이 볼살 안쪽의 감촉을 느끼는 것보다
이가 빠진 자리에 볼살을 끌어당겨 혓바닥이 닿이는 감촉이 훨 매끌매끌하다.
이를 빼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이렇게, 신체의 일부가 빠져 나간 자리에, 다른 부분이 와서 공간을 메워주며 위로를 해 준다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어거지로 어금니 뽑을 필요는 없다
이빨을 뽑고 치과에서 나오면서 한 생각.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내게서 사라져야 나는 죽겠구나...하는.
한꺼번에 왕창 없어지는 죽음이 행복일까...아님 이렇게 하나씩 내게서 떠나 종내에 죽음에 이르는 이런게 행복한 죽음일까..계단을 내려오며 잠시 생각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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