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폴립제거 시술을 했는데도 여전히 아버님은 배가 아프시덴다
같은 시술을 한 옆 병상 젊은 애기 아빠는 암시랑토 않게 한시쯤 퇴원해 갔다
아버님은 초조하시다
병원은 지겹고 퇴원을 하자니 또 배가 아플까바 걱정이다. 요는 낮에는 멀쩡한 배가 꼭 새벽 한시쯤이면 아프다 닭이 울어 먼동이 트면 가라앉는다는 것이다.
십여일을 이렇게 아팠으니 병원 오기 전날, 어머님이 소계리 보살집으로 가잖다
오토바이에 어머님을 태우고 골짝 소계리로 들어갔다.
높으다란 함석집 뜨락에는 별 몇 통이 잉잉거리고, 아랫채에서 보살내외가 기거를 하고 있다
방 한칸에 반은 부엌이고 반은 방이다. 황간사람들이 답답하면 쫒아와 물어보는 보살님집이다
우리도 십수번 그런 일을 했지만 나는 첨이다.
"앉으시오 열러(이리로), 우짠일로 오셨씨요"
보살이 살가운 눈빛을 하고 합족한 입을 손으로 닦으며 어머님께 이야기 풀 것을 권한다
"영감이 자꾸 배가 아푸다 하네, 낮에는 멀쩡하다가 밤만 되면 그라니 혹 어디서 객구가 들린는가 시퍼서"
"잠깐 기달리 봇시요. 내 함 물어볼께여"
보살은 스뎅양재기에 울타리콩이 들은 그릇을 빙글빙글 돌린다
그것을 들어 돌리는 순간 그가 모시는 신과 교통이 되는갑다
"마산리 대추나무집 대주가 아프데. 엉 엉? 음석을 잘못 먹었어? 어 그렇다고. 그럼 우짜면 되는데.."
보살은 혼자말을 하면서 대화를 하고 있다 물론 우리는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 존재와
그러다 울타리콩 속에 섞인 엽전 일곱개를 꺼내 방바닥에 츠르륵 깔아본다. 닳고 닳은 엽전들이 다섯개는 뒷편으로 물러 앉고 제일 많이 닳은 엽전이 앞장을 서고 뒤에 또 다른 엽전이 붙어 있다
"할마이, 영감님이 어데서 음석을 잘 못 먹었네.."
"상가집에 간 적도 없구만 어데서...."
"여튼 꼭 상가집이 아니라도 반찬에도 그렁께...물리 봐"
"어째 물리면 되겠시요"
"해 져서 어둑하면 밥을 해서 작은 그릇에 일곱그릇 담고, 이건 사자 밥잉께..그라고 밀가루로 전병을 일곱개 구워서 밥 위에 얹어, 전병 위에 동전 일곱개를 중앙에 놓고..노잣돈이래 이건..."
보살은 주장살 물리는 방법을 어머님께 일러준다
어머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첫날은 일곱그릇, 둘째날은 시그릇, 세째날은 두 그릇...을 외신다.
그날 저녁 아버님을 앉히고 밥을 해서 상에 담아 시키는대로 물렸다
칼을 마당을 향해 일곱번을 던졌는데도 칼끝이 빙그르르 돌아서 집 안을 향한다
칼 끝이 단번에 삽작 밖을 향해야 귀신이 나가는건데 종내엔 어머님이 헉헉 거리며 쓰러지실 판이다. '그만하세요 어머님"
밥을 밖에 내어 놓고 어머님이
"하이고 나는 안 되겠다. 내일 보살 불러서 직접 해 달라고 해야지 안 되겠어"
그렇게 마음을 정해놓고 다음날 날이 밝아 저녁에 보살을 델고 올라고 작정을 하고 포도밭에 일을 갔는데 급하게 전화가 와서 병원으로 아버님과 같이 시동생 차를 타고 대전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닷새를 있으며 검사네 금식이네 네끼 식사 밖에 못하였으니 여든 넷 연세에 공복으로 견디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그런데도 별 차도는 없고.
어머님이 전화로 경과보고를 받으시다가 둘째 아들 병원 간다는 말에 따라나셔서 아버님과 같이 집으로 가셨다. 나는 뒤에 남아 퇴원 수속을 밟고.
그날 저녁 소계리 보살집으로 다시 전화를 넣고 나는 또 준비를 한다.
귀신을 달래야 하니 산 사람 밥하는것도 슬슬 지겨운판에 이젠 죽은 귀신 밥까지 해야한다. 그러나 아버님 편하시다면...
날이 어둑해지고 차를 보내 소계리 보살을 모셔오다.
예의 보살은 검정비닐 봉다리에 스뎅양재기를 끌어안고 왔는데 아버님 앞에서 울타리콩을 슬슬 돌린다. 이런저런 물음을 하더니 시작한다.
큰 굿은 아니고 이런것은 작은 굿이라해야하나? 일상적인 것은 아닌데 이미 아버님의 세대에는 특별할 것도 없는 작은 물림굿.
아버님이 현관 앞에 앉아서 보살이 시키는대로 칼을 세번 꽉, 꽉, 깨물었다 침을 뱉어 내려놓는다
문을 꽝 소리나게 닫고 보살이 귀신을 쫒는다.
조상신도 아니고 잡신은 그만 썩 물렀거라
몇 번을 칼을 던져도 칼끝이 나가질 않는다. 보살이 입맛을 다시며 이거 참...이거 참..을 연발한다.
몇 번을 칼끝이 돌아나갈 듯 하다가도 칼자루가 대문 쪽을 향하니 다시 가져오고..빌었다가 을렀다가 귀신과의 대담이 이어진다.
열 댓번을 그리하다가 겨우 대문 밖에까지 나가서 집어 던진 칼이 바깥을 향하며 돌아앉는다.
그제서야 다시는 오지말라며 얼르고 보살은 사자의 밥그릇을 엎어 봉지에 담아 먼 곳에 내놓는다.
대문 밖에서 날 보고 나오란다.
"사나흘 지나도 차도가 없거등 밥하고 나물하고 준비해서 아버님 방에 차려놓고 하룻밤을 보내여. 다른 이가 그런게 아니고 이집 장남이
아버지를 만졌구만. 에구.."
아즈버님 돌아가신지 십삼년째인데..아직도 그 애틋함이 남아, 그 애틋함이 사무치다 못해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한번 스침이 있다하여도 이젠 그것이 좋은 일이 아니다. 세상이 다르니 아픔도 살아 있는 세상의 아픔과는 다를 수 밖에
지난 밤, 아버님은 배 아픔도 없이 잘 주무셨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아버님의 차를 세차하고, 점심을 드시고는 일 하러 가셨다.
아직도 개인택시 운전을 하시는 아버님.
저번에는 daum감동뉴스에 뜨는 바람에 티비,라디오 출연요청 거절하느라 애 먹었지만.
사람 사는 일에 삶과 죽음, 육신과 영들의 경계는 어떻게 구분 되어져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