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문방사우

황금횃대 2005. 6. 27. 20:24


 

 

월말쯤 되면 하루에 두세통 정도의 편지를 써요

대개 달력 받아 보는 사람들 한테 쓰는데요... 한 달에 대략 일곱 내지는 열통까지 보내요

내키는 날은 금방 만드는데 그렇찮은 날은 한 장 겨우 만들어요

사람의 마음이 왜 이리 한결같지 않는지 몰것어요.

 


 

내가 이십년을 넘게 주리끼고 댕기는 색연필 통이래요

친정에 조카 채은이가 놀러와서 바구니 옆구리를 밟아서 옆구리가 깨졌는데 정이 들어서 스카치테잎으로 보수공사를 해놨어요

반짝이펜, 형광펜, 볼펜 색연필....온갖게 다 이바구니에 있어요. 색깔은 대개 이십색 미만인데

엽서 그림 그리는데는 더 많은 색이 없어도 되네요. 엥간하면 이 색으로 다 마무리쳐요

 

식구들 누구라도 간단하게 색칠하는 일은 이 바구니 하나로 다 해결되요. 신랑 몸보다 더 뒤적거리고 델고 노는 것이네요^^

 


 

종이. 서울 인사동에서 가끔 아는 사람들이 사서 보내와요. 나는 개인적으로 진흥상회가서 문종우 사서 오구요. 나뭇잎이 들어 있는 한지, 퇘끼풀이 들어 있는 한지, 마른 풀이 들어 있는 것, 또 ..몇 가지 종류가 있어요, 잘라서 큰 종이함에 넣어 두는데 종이가 사람의 마음을 참 푸근하게 해조요

 

딱풀은 울 아덜놈이 이학년 올라가서 선배 형들이 쓰던 사물함을 정리 하는데 여러가지 구질구질 나왔는데 딴건 버리고 이 풀만 챙겨 왔세요. 제엄마가 풀이라면 사족을 또 못 쓰는걸 우째알고..

 


 

광주사는 들꽃 사진 찍어 보내주시는 아자씨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뭘 받고 싶냐고 하기에 "우표"라고 대답했어요. 선물로 받은 이백장의 우표에 나는 거의 까무라칠뻔 했어요. 예전에 내가 아는 총각 한 사람도 우표 백장을 사서 보낸 적이 있어요. 이쁜 박그럭(밥그릇)보다 나는 우표가 훨 이뻐요.

 


 

이렇게 편지를 쓰면 봉토에 주소를 적고 침발라 우표를 붙이고 딱풀로 봉해요.

조정근 신부님은 내가 아줌마들이 노는 사이트에 헌혈카드가 필요하다고 글을 올렸는데, 그걸 보시고는 흔쾌히 헌혈증 모은 것을 보내주셨어요. 난 사랑 같은거 벨로 안 믿는 사람인데요 신부님이 보내주시는 헌혈증으로 인해 사람이 사는 세상이 얼마나 따뜻한지 절실히 느꼈세요. 헌혈증 보내 주시는 분께 달력을 만들어 드릴게요 하고 나는 그 글을 올리면서 약속을 했더랍니다. 그래서 매달 가능하면 안 빼먹고 달력을 보내고 있어요. 그러면 신부님은 직접 구운 시디며 책이며 동양화기법으로 그린 작은 그림들을 편지와 함께 보내주십니다.  편지를 보면 얼마나 글씨를 힘주어 쓰는지 마치 활판인쇄된 책을 보는 기분이예요. 지금은 금산 자활 후견기관에서 일하신답니다.

 

사람의 인연을 이러니저러니 어떻게 설명을 하고 말을 하겠세요. 블로그도 그러하고 살아가면서 깃이 닿는 그 모든 것들이 그저 귀하고 귀할 따름이지요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일일이 일대일로 주고 받고 할 수 없으니 마음으로 그저 고요히 바라볼 뿐입니다. 모두 건강하십시요^^

 

 

 

 

 

'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편  (0) 2005.06.29
포도 봉지를 싸다.  (0) 2005.06.28
이케 먹고 자퍼  (0) 2005.06.27
재활용 엽서  (1) 2005.06.26
취미도 고상하지  (0) 200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