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와 호작질

15년이 흐르니..

황금횃대 2005. 7. 17. 17:26


 

 

 

편지날짜로 봐서 딸아이 넉달 반이 됐을 때쯤인갑다.

애기 젖 먹일 때는 왜그리 졸립던지..양반다리를 하고 아이를 얹어 놓고 젖을 물리면

잠이 쏟아져서 아이를 놓치는 수가 많았다.

아이는 무르팍에서 뚜르르 굴러 떨어져 마루바닥에 튀어나온 머리를 박아서 자지러지게

울어재끼는데, 얼마나 꼬집어 뜯은 듯 울어재끼는지 잠자던 고스방이 놀래서 방문을

박차고 나와 아이를 끌어 안고 나를 보고는 부리부리 눙깔을 부라리며 찬물을 떠오라고

고함을 질렀다.(그 땐 고스방이 저녁부터 운전일을 해서 낮에는 잠을 자고 집안 일도 했다)

 

이마와 귓볼에 찬물을 발라주고, 아이에게 기응환을 먹이라고 또 닥달을 하고..

머리가 한쪽으로 찌그러지면 안 된다고 밤잠을 설치며 아이 머리를 요리조리로 돌려놓고

그렇게 정성을 들이더만 크고 나니 그게 아니다.

 

속마음으로야 이쁜가 어쩐가 몰라도 요새는 눈만 마추치면 아이에게 잔소리한다

자기 말로는 지금부터 단단히 후려잡아야 한다고 하지만, 아이가 어디 후려잡을 참새새끼들인가?

 

방학이 되니 부딪치는 일이 더 많고, 아이들은 이제 대가리가 굵었다고 그 잔소리를 듣기 싫어한다   중간에 낀 내가 죽을 맛이다. 어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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