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불멸의 이순신>녹화를 조금 미진하게 하는 바람에 냉기류가 형성된 집구석에는
바깥의 찌는 듯한 체감온도와는 달리 스방의 눈빛마다 말끝마다 얼음짱이 끼였다
아이들을 보면 아이들에게 잔소리와 시비, 나를 보면 또 이거 왠 밥이냐 싶게 달겨든다.
사람이 너무 한쪽으로 몰아세우면, 잘 하고자 마음을 먹었다가도 속마음이 황폐해서
독사처럼 승질을 돋우게 마련인데, 아무리 그 날의 그 녹화테잎을 감안하여 수구리 한다고
하드래도 이건 너무하다 싶다.
그 날 이후로 방에 들어와 자지 않고 혼자 마루에서 자길 어제밤까지로 나흘이다. 티비도
밤새도록 틀어놓고 혼자 주끼게 냅두고는 코를 골며 천지가 떠나갈 듯 자고있다
그 좋은 티비 밤새도록 무의식중에서라도 원도한도 없이 보라고 자다가 나와서도 나도
끄질 않고 내비둔다.
그럼 아침 여섯시나 되어서 일어나 티비 채널을 다시 이리저리 돌리는 소리가 난다.
사람 없는 방에 전등하나 잠깐 켜 놓아도 에너지를 절약할 줄 모른다며 우리를 볶아대던
사람이 자신은 밤새도록 티비를 틀어놓고 새벽 세시까지 에어컨을 틀어놓고 잔다.
그걸 뭐라하면 "일부러 그렇게 해놨단다" 그렇게 말하는데는 고만 코도귀도 막혀 말을
닫고 만다.
부부간에 대화가 끊어지면 그건 죽은 관계이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아 알아서 입을 다물고 함구하는 것. 이것이 제일 위험한
일이다. 그래도 그걸 감수한다. 왜? 몰라서 물어보는겨 시방?
나같이 주끼기 좋아하는 사람이 입을 다물어 버리면, 그야말로 집구석은 천근의 수은을
뒤집어쓴듯 어둡고 무겁다. 저녁에도 밥 먹으러 들어오면서 빗방울 듣기에 나가서 고추
널어 놓은것을 소마굿간 안으로 치우고는 대문을 조금 삐딱하게 열어놓고는 밥 차리는게
바빠서 뛰어 들어가니, 고함을 지른다
대문을 저렇게 뒤로 덜 제쳐놓으면 차가 어떻게 나가냐고. 여편네가 정신을 어디에두느냐
도대체 시건머리가 있는게냐 없는게냐. 그 희번득한 눈을 굴리며 닥달을하고 있다.
한 마디 거들면 싸움이 될테고, 저는 내 머리 쥐박아도 괜찮고 나는 왜 쥐박느냐고 뭐라 한마디
하면 너는 대가리가 깨져도 할 말이 없단다. 눈 앞에 아들놈 운동하다 냅둔 아령이 두 개 있길레
그렇게 대가리 깨고 싶거등 아령으로 내리치지? 하고 나도 곱게 말이 안나간다. 그렇게 해서
대가리가 깨지겠어? 저걸로 한방에 보내줘
들으면 정 떨어지는 이야기를 유도한다. 여편네라 하냥 죽어지내야하는 법이 있는가. 녹화
다음부터 잘 하겠노라 했으면 그걸로 끝내야지 기어이 벼락이 한번 내리치고 뇌성 소리가
나야 서로에게 가라 앉은 앙금이 해소가 되냔말이다.
아이들이 크니 이제 싸우기도 민망하다
조용조용, 될 수 있으면 조용히 넘어가자. 너도 참는가 몰라도 나도 무진 애쓰며 참는다.
대화의 기법을 모르고, 천날만날 오백원짜리 스포츠신문 들여다보면 뭐하냐 대화를 할 줄
모르는데. 한 마디, 두 마디, 세 마디 건너오면 벌써 인상달라지고 말투에 욕 섞이고, 눙깔에 불을 켠다. 하기사 끝까지 조신모드로 이야기 못하는 나도 문제가 있지만,
퍼뜩 세월이 흘렀으면 좋겠다. 하루에 다섯나절씩 건너 뛰었으면 좋겠다.
이즈음 방구석에 돌아댕기는 농약방 무료 플라스틱 부채로라도 부쳐서 세월을 날렸으면 좋겠다.
가끔 멸치가 되어 달달 볶이는 건 좋은데, 볶이고 난 뒤 내 모양새를 보면 참말로 비애스럽단
말이지 이 싸암아(사람아)...